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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비즈니스] 미국 EDS

우리나라라면 아마 그들은 「점령군」 취급을 당했을 것이다. 그러나 호주에서는 그들을 「지원군」으로 정겹게 맞이하고 있었다.세계 최고 정보처리 전문업체인 미국 EDS사. 이 회사는 지난 95년부터 호주 6개 연방 가운데 하나인 남(南)호주 정부의 모든 전산 업무를 도맡아 처리하고 있다. 남호주가 EDS에 전산업무를 통째로 아웃소싱한 것이다. 다시 말해 남호주는 세금에서부터 행정업무는 물론 공무원 월급에 이르기까지 어찌보면 비밀스럽기까지 한 모든 문제를 다른 나라의 손끝에 맡겨놓은 셈이다. 가릴 게 많고 숨길 게 허다한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지금 호주에서는 3년째 계속되고 있다. 「곧 불화가 일겠지」하는 우려는 거의 기우에 가깝다. 오히려 남은 6년간의 계약 기간 동안 EDS와 남호주 정부는 아웃소싱 분야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 게 거의 확실하다. EDS가 실질적으로 호주의 정보망을 장악하고도 이곳에서 점령군이 아니라 지원군으로 환대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앞으로 정부나 공공기관, 그리고 금융기관이 발주한 전산 업무 아웃소싱 사업을 따내고자 하는 국내 정보기술(IT) 업체에 값진 교훈이 될 수 밖에 없다. 우선 남호주의 거칠 것 없는 개방 정책이 다른 나라 기업에 자국 정부의 비밀스런 곳까지 맡길 수 있는 필요 조건이 됐다고 할 수 있다. 『호주는 지금까지 관광산업과 함께 광물 채취같은 1차 산업이 주력이었다. 그러나 21세기는 다르다. IT산업을 키워야 한다. 하지만 호주는 이 분야에서 쌓아놓은 게 거의 없다. 결국 21세기를 대비해 IT산업을 키우려면 선진기술을 도입해야 하고 그럴려면 선진 외국업체와 손을 잡을 수 밖에 없다.』 남호주 정부의 혼 로버트 로슨 통상산업부 장관이 밝히는 EDS와의 아웃소싱 계약 체결 배경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필요조건에 불과하다. 왜 하필이면 EDS인가라는 물음이 남는다. 충분조건은 EDS 자체에 있다는 뜻이다. 다시말해 EDS는 남호주 정부가 요구하는 3가지 필요를 모두 충족시킬 힘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남호주 정부 관리들에 따르면 그 3가지 요구는 「기술」과 「자본」, 그리고 「혈맹같은 협력정신」이다. 그리고 지난 3년간 EDS는 이같은 3가지 요구를 충분히 만족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 기술분야를 보자. EDS는 남호주 정부가 보유하고 있던 주 전산기 9대를 2대로 줄이면서도 더 나은 정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같은 방법으로 EDS는 9년간 1억달러 이상의 전산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앞선 기술을 통해 2000년 시한폭탄인 「Y2K」 문제에 무난히 대처하고 있다. 게다가 교육센터를 통해 남호주 벤처기업에 적극적으로 기술을 이전하고 있다. 자본투자도 만만찮다. EDS는 아웃소싱 계약에서 남호주에서 번 돈 가운데 92%를 이 지역에 다시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실제로 정부의 IT시설을 2,300만달러에 구매했고, 남호주 벤처기업 지원센터 「플레이포드센터」에 50%의 지분을 투자했다. EDS는 또 밀레니엄센터, 교육센터 등도 만들었다. 로슨 장관은 『EDS의 이같은 도움으로 남호주 IT 산업은 매년 평균 18% 이상의 고성장을 유지하고 있다』며 『특히 오는 2000년께는 매출의 40% 이상을 해외에서 올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3년전만 해도 정보기술 수입국이던 남호주가 EDS의 도움으로 정보기술 수출국으로 변신하게 된다는 의미다. 혈맹같은 협력정신은 남호주 정부 관리와 관련기업 관계자들의 다음과 같은 말이 대신한다. 『EDS는 또 하나의 정부(정보통신부)다. IT 산업활성화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있는데다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남호주 기업의 해외 진출에도 디딤돌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로슨 장관) 『EDS는 우리 친구다. 우리 일을 훌륭히 대신해주는 지원군이다.』(커먼웰스은행 관계자) 기술과 돈, 그리고 열린 협력정신. 이같은 EDS의 무기가 남호주 정부에겐 어떤 「비전」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 비전은 캥거루 떼와 앙징맞은 코알라로 대표되던 「자연의 땅」, 남호주에 「사이버 땅」을 선사하는 것이다.【시드니·아들레이드(호주)=이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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