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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부자 돼야
입력2002-08-28 00:00:00
수정
2002.08.28 00:00:00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은 지난 24일로 수교 10년이 된 한중관계를 두고 한 말인 듯하다. 중국에 공산당 정부가 수립된 후 중국의 6ㆍ25동란 참전을 거쳐 40여년간 적대관계를 지속해온 두 나라는 수교 10년 만에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한국의 2위 수출국, 2위 투자 상대국이 됐다. 국제 교류사에서 이렇게 빠르게 적대관계가 상호의존관계로 대체된 예가 따로 있는지 모르겠다. 한중교역에서 한국은 수교 첫해만 빼고 이후 줄곧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한일국교 정상화 이후 반세기 가까이 우리나라가 줄곧 대일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과 흡사한 점이 있다. 한가지 다른 점은 한일 무역적자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계속될 전망이지만 한중교역에서 한국의 흑자기조는 머지않아 역전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라는 점이다. 중국에 의한 경제적 추월 가능성은 우리만이 아니라 미국도 일본도 염려하는 일이다. 바로 그것이 21세기 황화론(黃禍論)의 핵심논거다. 거기에는 이념적 요소도 깔려 있다. 중국이 사회주의체제로 경제대국화하면 세계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중국의 번영은 이제까지의 과정에서 입증됐듯이 시장경제체제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중국이 경제대국이 된다면 그때는 서구와 상당 수준 유사한 체제로 바뀌어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그런 전제 자체가 잘못된 것일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의 중국견제는 패권주의와도 연관이 있다. 미국은 세계적 패권, 일본은 지역적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중국도 전통적으로 패권 추구적이므로 그것이 약탈적 패권주의로 흐르지 않도록 견제돼야 한다. 한국은 미국ㆍ일본과의 전통적 우호관계를 존중하면서 미ㆍ일과는 차별화된 대중국 관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한중교류에서 경제적 교류는 양국관계의 실질과 형식을 결정하는 요소다. 중국이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 한국과의 경제협력은 필수적이다. 중국경제의 성장이 우리에게는 수출시장의 확대를 의미한다. 이런 상승(相乘)의 관계가 지속되는 한 우리의 대중국 교역에서 흑자기조도 지속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 한국이 자본력과 기술력을 끊임없이 배양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한중교역은 궁극적으로는 규모를 확대하면서 균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한중교역의 중요성은 우리가 수출하는 공산품뿐만 아니라 수입하는 농수산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중국산 수입 농수산품으로 인해 국내 농어가는 막대한 피해를 당하고 있지만 반면 국내 물가안정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일관계는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대일 예속상태에서 대일 무역적자가 요지부동인 채로 반세기에 이르고 있다. 이는 한일간 기술력과 자본력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기는 하지만 문제는 크다. 우리가 일본에 당하고 있는 일을 중국에 하지 않는 것은 독자적인 중국관계로 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중국이 부자가 되는 것은 세계평화는 물론 지역안보에도 이바지한다고 봐야 한다. 인심은 부잣집 곳간에서 난다는 말도 있지만 13억 인구의 중국이 가난해져 난민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은 지구촌의 재앙이라는 점 하나만으로도 그렇다. 중국이 부자가 돼야 할 이유는 또 있다. 유럽연합(EU)의 크고 작은 나라들이 역내국가간의 교역을 통해서 번영을 구가하고 있는 것은 회원국간 정치ㆍ경제ㆍ문화적 수준에서 유사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같은 문명권인 한ㆍ중ㆍ일 사이에도 분명 그런 관계를 형성할 바탕이 있다. 중국에서 일고 있는 한류(韓流)와 한국에서의 한류(漢流)가 한 예다. 그 같은 관계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3국간 경제격차와 체제의 이질성이 완화돼야 하고 중국의 경제성장은 그것을 이루는 가장 확실하고 빠른 길이기 때문이다.
논설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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