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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연기금 시장은 연못 속 고래와 같아요. 글로벌 투자가로서 역량을 갖췄지만 이제 막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리고 시스템을 갖춰나가는 단계죠."
한국의 국민연금은 일본ㆍ노르웨이ㆍ네덜란드에 이어 전세계에서 네 번째로 덩치가 크다. 때문에 국민연금공단(NPS)은 해외 금융시장에서 VVIP 대접을 받는다.
올해로 국내 진출 45년째를 맞는 씨티그룹도 3일 한국 연기금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세미나를 개최했다. 뉴욕ㆍ런던ㆍ싱가포르ㆍ호주 등 씨티그룹의 지역별 본부에서만 개최했던 것을 아시아 시장에서는 한국에서 최초로 개최한 것. 그만큼 한국 연기금 시장의 달라진 입지를 반영한다.
이번 세미나를 위해 한국을 찾은 찬드레슈 아이어(오른쪽) 미국 씨티그룹 씨티투자서비스 글로벌 본부장과 바네사 왕 씨티그룹 연기금서비스 아시아 본부장은 9일 중구 다동 한국씨티은행 본점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한국 연기금 시장에 대해 다양한 조언을 했다.
왕 본부장은 현재 한국의 연기금 시장 상황을 '연못 속 고래'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연기금 시장의 전체 규모는 400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해 걸음마 단계"라고 지적했다. 왕 본부장은 "연기금 증가액이 월 평균 20억원 수준인데 15년 뒤에는 시장 규모가 2~3배 이상 성장, 세계 최대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며 "지속적인 수익률을 창출하고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내년도 세계 경기를 '불확실성'으로 정의한 아이어 본부장은 투자 패턴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유럽과 미국의 재정위기는 물론 중국의 위기도 내년 세계 경기의 불확실성을 주도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바젤3 도입 등 규제 변화도 세계 금융시장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어 "한국의 투자시장에서도 불안정성이 증대될 수밖에 없는데 앞으로는 상장지수펀드(ETF) 비중이 확대될 수밖에 없고 해외 시장으로도 투자를 다각화해야 한다"며 "기관투자자가 경우 사모펀드나 부동산 헤지펀드 등의 투자를 확대하고 해외 인프라투자 등 대체투자에 눈을 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왕 본부장은 수익률에 대한 고민만큼이나 연기금 운용사들이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자산운용 과정을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수익성에 대한 평가 체계 확립이나 리스크 회피를 위한 다양한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근에는 운용상 모럴해저드를 방지하는 장치도 중요해졌다"며 "리먼브러더스 사태나 2009년 메이도프의 폰지사기사건 등 모럴해저드를 방지하기 위해 강력한 모니터링 시스템 확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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