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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지금 위기다] 日불황 해법있지만 '남미형'은 대책없다
입력2004-07-25 17:37:38
수정
2004.07.25 17:37:38
日 10년불황끝 반등 우리경제완 체력달라…분배정책·계층갈등 심화등 남미형 힘실려<br>시장중시형 처방으로 경제맥박 살려야
[한국경제 지금 위기다] 日불황 해법있지만 '남미형'은 대책없다
日 10년불황끝 반등 우리경제완 체력달라…분배정책·계층갈등 심화등 남미형 힘실려시장중시형 처방으로 경제맥박 살려야
경제가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정부는 물론 민간연구소에서도 갈수록 비관적인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불과 몇개월 전에 "내년부터는 6%대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몇 달 지나지 않아 한국경제는 비관론에 휩싸여 있다. '하반기 내수회복'을 주장하던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도 최근 "연내에는 의미 있는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몇 달 전 정부가 낙관론을 펴고 있을 때 민간연구소는 '더블딥(double dipㆍ이중침체)' 논란을 제기했다. 올 상반기 일시적 상승세를 보였던 경기가 다시 고꾸라질 것이라는 시나리오였다. 곧 이어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 속 물가앙등)'과 'L자형' 장기침체론이 제기됐다.
모건스탠리가 내년 성장률을 3.8%까지 낮춰 잡은 것은 한국경제의 장기침체를 알리는 서곡이었다. 한은의 한 고위인사는 "지난 2000년 8월 통계청이 경기정점을 선언한 후 아직까지 공식적인 저점 발표가 없다"며 "이는 경기가 소폭의 진동만 있었을 뿐 아직까지 하강국면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일본식 장기불황' 논란은 '남미형 침체' 가능성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거시정책이 실종되면서 경기호황(boom)과 불황(bust)을 오가며 만성적인 저성장 단계에 머무는 M자형 장기불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식 불황은 답이 있었지만 아르헨티나식은 불황탈출에 해답이 없다는 게 큰 차이점이다. '하반기 회복→W자형 더블딥→L자형 일본식 장기침체→M자형 아르헨티나식 불황'이라는 비관적 흐름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제조업 위기로 시작된 일본의 불황은 제조업의 경쟁력 회복으로 반등의 모멘텀을 찾았지만 우리 경제는 10년간의 불황을 견뎌낼 체력이 없다"며 "금융이 제 기능을 못해 실물경제가 침체되고 이는 금융부실 장기화로 연결되는 복합불황 국면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은 아르헨티나보다 높다. 그러나 경제활력이 떨어지는 가운데 분배 중심의 정책들이 힘을 얻고 있다는 점에서 남미형 침체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임철재 금융경제연구원 과장은 "경제상황만 본다면 우리나라는 남미는 차이가 있다"면서도 "다만 계층간 갈등으로 어려움에 대한 인식과 타개방법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남미형 장기불황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위기극복의 방법이 '시장 중시'로 가고 있지 못하다는 점도 아르헨티나형 침체 논란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부유세, 아파트 원가 공개 등 경제정책들이 시장과 대치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할 만하다"며 "최근의 위기진단은 근거가 없는 게 아니며 지금 적절한 처방을 내리지 않으면 큰 어려움을 맞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시장경제 사수론'은 이런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최근에는 낙관으로 일관하던 정부 당국자들의 전망도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다. 강호인 재경부 종합정책과장은 "현 상황은 선진국의 예에서도 보기 힘든 모델이어서 뾰족한 방법을 찾기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정 전무는 "장기침체 가능성이 큰 것은 사실"이라며 "외환위기 후 IT붐에 힘입어 10%의 성장을 이뤘고 IT거품 붕괴 이후에는 가계소비 활성화로 7% 성장을 달성했지만 카드사태 이후 올해 성장률은 5%에 불과하는 등 경제의 맥박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기기자 young@sed.co.kr
윤혜경기자 light@sed.co.kr
입력시간 : 2004-07-25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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