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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신지체장애인의 죽음

대선 관련 정치권 뉴스가 유난히 많은 요즈음, 한 귀퉁이에 있던 뉴스가 눈길을 끌었다. 다름이 아니라 30대 정신지체장애인이 자신을 지극한 정성으로 돌봐주던 아버지가 간암으로 숨진 지 1주일 만에 “아버지 곁으로 간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뉴스였다. 몇 년 전 ‘말아톤’이라는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정신장애인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실제 주인공의 어머니가 ‘자폐증세를 가진 아들보다 하루 늦게 죽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리고 그것은 정신장애아를 자녀로 가진 모든 부모들의 가슴 아픈 소원이기도 하다. 이번 30대 정신지체장애인의 죽음은 장애아를 가진 부모들이 왜 자식보다 하루라도 늦게 죽는 것이 소원이라고 하는지를 보여준다. 정신장애인들은 다른 사람의 보살핌 없이 자생적인 삶을 영위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부모가 떠나고 나면 그야말로 대책 없이 홀로 세상에 남겨진다. 형제가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정신장애인을 돌보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들을 위한 우리의 사회안전망은 허술하기 그지없다. 지난 5월에는 자폐성 질환을 앓고 있는 초등학생에 대한 교사의 체벌이 사회적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언론에 나타난 논의의 방향은 다소 엉뚱했다. 체벌을 가한 교사에 대한 처리를 둘러싼 부모와 학교ㆍ교육청의 움직임이 주관심사였다. 심지어는 체벌을 둘러싼 현실과 법규정의 괴리 사례의 하나로 다뤄지기도 했다. 장애학생이 있는 모든 학교에 전문성을 가진 특수교사가 배치되고 있는지, 정신장애학생을 위한 특수교육 프로그램이 실시되고 있는지, 일반 교사와 학생들에게도 장애아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충분히 마련되고 제공되는지 등등에 대한 기사는 과문한 탓인지 모르겠으나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사례는 이른바 통합교육이 현장에서 얼마나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보여줬다. 그리고 이런 경우는 표면화되지 않을 뿐 많은 부모들의 가슴을 멍들게 하고 있다. 인간의 위대함은 정신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내는 인간정신의 위대함은 많은 사람을 감동시킨다. 많은 신체장애인들이 여러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성취를 이루어내는 것 역시 인간정신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신장애인의 경우는 또 다른 어려움이 있다고 하겠다. 기본적으로 독립적인 생활이나 자기통제가 어렵기 때문에 평생 동안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조기에 발견할수록 개선의 여지가 많으나 발견에서부터 어려움이 있다. 발견된 후에는 특수교육이 필요한데 비용도 만만치 않을 뿐더러 수요에 비해 공급이 아직까지는 너무나 부족하다. 특수교육을 충분히 받는다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치유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나이가 들어갈수록 또래와의 격차는 점점 더 커진다. 부모나 가족들만의 노력으로 감당하기에는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다. 특히 부모가 세상을 떠난 후에는 그야말로 대책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어릴 적부터 부모 사후에 이르기까지 적절한 프로그램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이번과 같이 부모 사후에 자식이 자살하는 불행한 일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대선의 계절이 돌아왔다. 작은 정부를 말하는 후보들도 있지만, 그 후보들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는 더욱 강화하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복지 수준이 아직은 낮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화 이후 선거가 거듭될수록 선거에서 정책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임은 분명한 거 같다. 이번 대선에서도 후보들의 정책공약을 둘러싼 논란이 이미 치열하다. 그 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정신장애인에 대한 정책이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된다면 이 또한 이번 대선에 의미를 더하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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