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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전선에서 발생한 총기사고는 많은 생각을 갖게 만듭니다. 먼저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남은 사람들은 저마나 크게 구멍 뚫린 가슴을 안고 살아가게 생겼습니다. 누구보다 아플 분들은 소중한 아이를 잃은 부모님들이겠지요. 고객 숙여 조의를 표합니다. 임모 병장의 가족들도 평생 고통 속에서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욕먹을 각오로 군을 위한 변명과 힐책에 나서려 합니다. 저는 임모 병장을 GOP 경계근무에 투입한 지휘관도 피해자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임모 병장이 부분대장을 맡았을 때처럼 보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변해 무사히 제대할 수 있었다면 그 지휘관은 임 병장에게 평생의 은인으로 남았을 것입니다.
군의 앞날도 걱정입니다. 앞으로 어느 지휘관이 관심병사에 관심을 기울이고 계도하려고 노력할 수 있을까요. 자칫하면 대형 참극으로 이어질 수 있는 관심병사의 위험 보직 배치는 철저하게 차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A급이든 B급이든 한번 관심병사로 찍히면 벗어날 길도 차단될 수 있겠죠.
병사들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합니다.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관심병사 출신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대할까요? 그럴 가능성보다 오히려 집단 따돌림과 무시가 심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관심병사가 위험업무에서 빠지면 기존 병사들의 업무가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고된 군 생활이 더 어려워진다면 누가 좋아할까요. 관심병사가 국방부의 부풀려진 셈법대로 20%에 이른다면 ‘그레샴의 법칙’이나 ‘파레토 법칙은 다양한 변형이 가능하다’는 속설이 다시금 확인되는 셈입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샴의 법칙과 ‘문제 있는 20% 때문에 80%가 고생으로 내몰린다’는 파레토 법칙의 변형이 성립한다면 성인군자의 마음으로 관심병사를 어루만지려는 병사나 지휘관이 있을까요? 참으로 우려됩니다.
‘관심병사’들에게 어떤 대우를 해야 하는가도 문제입니다. 병리를 인정해 분리해야 할까요. 지금처럼 혼용 운용하되 다른 업무를 맡겨야 할까요. 군이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군대 보냈더니 사람 됐다’는 속설은 옛날 얘기로만 남을지도 모릅니다.
저 역시 기본적으로 군대에 가지 않았다면 그 시간 동안 뭔가 다른 준비를 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합니다만 군대에서 얻은 것 역시 적지 않습니다. 3~4살 어린 고참들에게 맞을 때는 속으로 울고 ‘이런 눈(부동시)을 갖고 왜 군에 왔느냐’던 군의관의 한 마디에 허망했던 적도 있었지만 그래도 군대에서 최소한 참는 것 하나만큼은 배워서 나왔다고 여깁니다. 누구는 제가 무뎌졌다고 말했지만 ‘사람이 돼서 나온 셈’이죠.
군은 계도 기능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단지 시간만 때우고 나온다면 아깝습니다. 국가는 젊은이들이 보다 나은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렇지 못하다면 우리의 미래도 흐려지기 마련입니다.
문제는 군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복무 중인 젊은 병사들의 총기 난사가 이어진다면 이는 개인의 일탈로 볼 게 아닙니다. 총체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죠. 우리 사회 전체가 떠안아야 할 시대적 과제입니다. 차분하게 사태를 해결해 나가되 군의 전력 손실이 최소화하고 젊은이들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환경을 모든 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군도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합니다. 여론의 비난 피하기에 급급해 하는 근시안적 태도를 버리고 보다 문제 해결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방안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군의 20%가 관심병사’라는 국방부의 발표는 실망스럽습니다. 22사단의 관심병사가 1,800명이라는 데 여기에는 전입 100일 이내의 신병이 포함돼 있습니다.
병력을 지휘하는 분대장 이상에게 달아주는 견장-비록 병아리를 의미하는 노랑색이지만-을 어깨에 달아주는 이유는 지휘관 이상으로 아낄 대상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을 겁니다. 당당한 병사로 자라나기까지 보호하는 대상인 신병을 관심병사군에 포함시켜 발표한 이유를 짐작할 수는 있습니다. 군의 병력 운용 애로를 말하고 싶었겠죠. 관심병사 숫자를 얘기하기 전에 연간 부적격자가 7,000명이라고 말한 점도 같은 맥락일 것입니다.
물론 군의 병력 운용 애로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사안입니다. 그리고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국민의 온갖 신경이 총기사고에 쏠려 있고 관심병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극에 달한 마당에 신병들을 C급 관심병사에 포함해 발표한 처사는 도저히 수긍할 수 없습니다. 신병도 시간이 지나면 일병이 되고 상병, 병장이 됩니다. 총기사고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국방부 발표대로라면 병사의 100%가 ‘문제가 있는 관심병사 출신’입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더욱이 기자회견장에는 외신도 있었습니다. 그들이 한국군의 20%가 문제 병사라고 타전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요. 나라 망신을 자초할 수도 있는 결과를 예측 못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구체적으로 숫자를 말하고 사단 병력의 20%라고 밝힌 점도 그렇습니다. 전방사단의 인원은 보안 대상으로 알고 있습니다. 적이 해당 사단의 경계범위와 인원을 역산한다면 철책선에 얼마만큼의 병력이 투입된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아들을 군대에 보냈거나 보낼 예정인 부모들의 불안감을 키울 수 있는 점입니다. 무려 20%가 관심병사라면 ‘우리 아들의 선후임, 동료 가운데 5명 중 하나가 총을 쏠 수도 있다’거나 ‘혹시 내 아들 놈이 문제의 20% 안에 들어가 다른 애들에게 해를 입히지는 않을까’라고 걱정하기 마련입니다. 만약 ‘문제병사에게 위험업무를 맡겼다’는 비난을 의식해 이런 식으로 발표했다면 넓적다리를 떼어내 얼굴의 상처를 가리는 격입니다. 그 출혈을 감당할 수 있는지 생각해 봤는지 궁금합니다.
기자회견장에서 이 문제에 대해 ‘C급 관심병사 가운데 신병이 포함돼 있지 않냐’고 질문하며 ‘그 숫자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포함된 숫자라고 인정하며 확인해주겠다는 대답이 있었건만 오후 5시 40분 현재까지 확인해 준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이렇게 중차대한 문제에 대한 인식을 과연 갖고 있는지 걱정입니다. 책임을 조그맣게 회피하기 위해 크게 손실을 감수하려는 태도에 대한 해명이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다시금 강조하고 싶습니다. 우리 군이 무수한 오욕의 역사에도 국민들로부터 사랑받아 온 것은 국군 장병이 우리들의 아들(이제는 딸도 포함시켜야겠죠)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군은 우리의 미래의 결정할 젊은이들을 사랑으로 계도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번 총기사고에서 해당 지휘관의 공과는 조사를 거쳐야 판단할 수 있겠지만 ‘관심병사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그 노력만큼은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병사들의 미래를 위해 군의 사기를 위해, 국민에게 신뢰받는 군을 위해 ‘어떻게 병사들에게 관심을 갖는 지휘관의 자세’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필요하다면 인정해주고 보장해줘야 합니다. 군의 현명한 판단과 결정을 기대합니다.
첨부 http://economy.hankooki.com/lpage/opinion/201406/e201406231728484876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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