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와서 보니 '한국 건설사'라고 하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나라가 많았습니다. 문화뿐 아니라 건설로도 '한류(韓流)'를 일으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재균(사진) 해외건설협회장은 "해외 건설시장 확대를 위해 정부의 지원이 무엇보다 절실하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지난해 해외 수주 700억달러를 돌파하며 신기록을 갈아치웠지만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더해지면 오는 2014년 2,000억달러를 수주해 해외 건설 5대 강국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원전이나 고속철 같은 대형 프로젝트 수주는 국가 간 외교대항전이 됐다"며 "자원은 많으나 이를 개발한 기술과 자본이 없는 나라에 무상원조ㆍ차관 등의 형식으로 정부 지원이 이뤄지면 시장 개척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경쟁력에 대한 아쉬움도 크다고 토로했다. 그는 "선진국 건설사는 고도로 발전된 파이낸싱 기법을 앞세워 국제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며 "반면 우리나라 금융기관은 각 프로젝트별로 수익성을 분석하지 못해 건설사 이름만 보고 대출ㆍ보증 여부 및 금리 수준 등을 결정할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금융 분야의 '엄호사격'이 없으면 건설사가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 업계의 고질병으로 지목되는 저가수주 논란에 대해서는 치열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근원적 문제라고 분석했다. 일본의 경우 해외 시장에 진출한 건설사(하청업체 포함)가 50여개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는 640개에 달해 자국 업체 간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국내 건설경기가 침체되는 상황에서 중견 건설사들은 결국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며 "이들 업체가 현지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가이드 역할을 하는 것이 올해 해외건설협회의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건설사를 따돌리기 위해서는 해외 건설업체와 컨소시엄을 맺는 등 '현지화'가 해답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회장은 특히 "중국 건설 성장세가 무섭지만 사후 관리 미비 등으로 현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다"며 "우리만 할 수 있는 틈새시장을 공략해나간다면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