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中堅)기업. 대기업의 위치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지만 중소기업을 뛰어넘은 기업을 가리키는 말이다. 일본의 경영학자이자 중소기업 연구 1인자인 나카무라 슈이치로(中村秀一郞)가 처음 사용한 용어다. 지난 1950년대 후반 일본이 본격적 경제성장을 일궈가는 가운데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서 성장을 거듭해나간 기업들을 구분 지어 명명했다. 2007년 제조업 기준으로 매출액 1조원 또는 종업원 1,000명 미만의 중견기업은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0.2%에 불과한 데 반해 중견기업이 발달한 독일은 무려 8.2%를 차지한다. 창출된 일자리도 한국과 독일은 각각 7.4%, 28.7%로 우리나라 중견기업 현주소는 아직 초라하다. 이에 지속가능하고 균형 잡힌 기업생태계 조성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종합적 중견기업 육성책을 마련됐다. 지난해 3월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발표된 '세계적 전문중견기업 육성전략'이 그것이다. 만 1년 후인 지난 3월 중견기업의 정의ㆍ지원근거ㆍ조세부담완화 등의 내용이 담긴 '산업발전법' 개정안도 국회를 통과했다. 중견ㆍ중소기업을 글로벌 중견기업으로 육성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국책금융기관과 공기업도 글로벌 중견기업 육성을 위해 함께 팔을 걷어 붙였다. 수출입은행의 '한국형 히든 챔피언 육성사업'을 필두로 다른 기관들도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내놨다. 그 집합체가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World-Class 300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중견기업들이 제품개발에서 생산해 해외판매에 필요한 금융ㆍ비금융서비스를 패키지로 제공해 세계무대로 비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제다. "대기업 중심의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빠른 추종자) 전략을 버리고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최초 주자) 전략을 취하라." 얼마 전 카이스트에서 서울대로 자리를 옮긴 안철수 교수의 말이다. 이제는 '대기업을 얼마만큼 잘 따라 하느냐'가 아닌 '중견기업이 무엇을 먼저 실행할까'를 고민해야 한다는 뜻도 담겨 있을 것이다. 물론 안 교수의 말처럼 도덕적이고 성실한 실패가 용납되는 환경조성은 반드시 필요하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도전을 주저한다면 장밋빛 미래는 요원(遙遠)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견기업이 중소기업의 맏형 노릇까지 톡톡히 해내 산업생태계의 든든한 허리가 되어 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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