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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근로자 호주머니 털어 나라곳간 채워서야…

정부가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카드를 만지작대는 모양이다. 세법 개정안이 발표되는 다음달 초 뚜껑이 열려봐야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현행 300만원인 공제한도는 그대로 두되 15%인 소득공제율을 10%로 줄인다는 것이다. 이제는 신용카드 사용이 정착돼 지난 1999년 제도 도입 목적이 달성되고 비과세ㆍ감면제도를 정비해 세수기반을 확충하려는 게 소득공제 축소의 배경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는 명분도 없거니와 실익도 그다지 크지 않다. 기본적으로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려는 정책방향과 어긋난다. 그러지 않아도 새 정부가 지하경제 척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치면서 현금유통이 현저히 떨어져 문제가 되고 있다. 현찰을 어딘가에 쟁여둔다는 얘기다. 고액권일수록 그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지하경제 축소로 5년간 27조원을 마련하겠다면서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줄이면 과표 현실화에 역행하는 처사로밖에 볼 수 없다. 엇갈린 정책신호를 주는 것도 옳지 않거니와 공제율을 5%포인트 내린다고 해서 세수가 얼마나 더 늘어날지도 의문이다. 소득공제 축소로 얻는 세수 증가분 보다 현금거래 증가에 따른 누수가 더 클 수도 있다.

비과세 제도는 정책 목적이 달성되고 일몰이 도래하면 원칙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만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조세원칙과 부합하게 된다. 다만 세수기반을 넓히려는 당위성은 인정하더라도 유리알 지갑인 샐러리맨의 세부담 증가는 조세형평성 측면에서 부당하다. 더구나 이 제도는 수 차례 연장되는 과정에서 지하경제 척결이라는 원래 취지는 퇴색하고 근로자의 소득보전 수단이라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정착돼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조세당국이 소득공제 축소로 초래될 여러 부작용을 모를 턱이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강행하려는 것은 내년 말로 감면시한이 끝나면 제도 자체를 아예 폐지하려는 수순 밟기가 아닌지 의구심도 든다. 만약 그렇다면 근시안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거듭 말하지만 근로자의 호주머니를 터는 조세정책은 대단히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공연한 논란을 야기하지 않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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