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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을 인정하기 시작했던 부산 여중생 살해 피의자 김길태(33)가 현장검증에서 살인혐의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16일 진행된 현장검증에서 김씨는 시신유기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여중생을 성폭행한 후 살해한 혐의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평소 소주 주량이 1병인 김씨는 이날 사건 당일 소주 4~5병을 마시고 현장에서 자고 일어나니 시신이 옆에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가 모든 범행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경찰은 앞으로 김씨의 범행입증에 수사력을 총 동원할 방침이다. 현재 경찰이 확보한 증거는 피해자 이양의 몸에서 나온 김씨의 DNA와 시신유기 때 사용한 목장갑, 후드 점퍼, 전기매트 가방 등으로 시신유기 혐의를 뒷받침한다. 특히 김씨의 DNA 자료는 성폭행 혐의를 인정하는 데 결정적인 증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살해혐의와 관련된 직접적인 증거를 경찰이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이양이 성폭행을 당한 증거를 확보한 이상 법정에서 김씨가 살인혐의를 벗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의 한 판사는 "법정에서 김씨가 범행을 부인해도 여러 증거와 정황으로 볼 때 지금까지 드러난 내용만으로도 살인죄를 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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