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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B' 구체화하는 유로존… 그리스, 결국 '미증유의 길' 가나

■ 그리스 디폴트 임박

IMF가 빌려준 16억 유로 내일 못막으면 사실상 디폴트

ECB 유동성지원 중단 논의

민심은 유로존 잔류 희망… 국민투표 실효성 논란도


그리스 사태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미지의 영역에 들어섰다. 이미 당사국들은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및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현실로 상정한 '플랜B' 논의에 착수하는 등 사태가 몰고 올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꺼내 든 '깜짝 카드'의 결론이 어떻게 나오든 그리스 및 유럽, 나아가 전세계는 당분간 적지 않은 혼돈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승부수 던진 치프라스…"투표로 채권단 심판"=치프라스 총리가 27일 새벽 공영방송 생중계를 통해 발표한 '7월5일 국민투표' 방침은 "(국제통화기금(IMF)·유럽연합(EU)·유럽중앙은행(ECB) 등 이른바 트로이카) 채권단을 망연자실하게 만들었고 그렉시트에도 바짝 다가섰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치프라스 총리가 '국민의 뜻을 묻겠다'고 한 국민투표 대상은 현 구제금융을 5개월 더 연장하고 155억유로의 자금을 지원하되 △연금 개혁 및 공무원 임금 삭감 △부가가치세 확대 등을 요구한 지난주 채권단의 협상안이다. 이에 대해 치프라스 총리는 "그들(채권단)은 동의를 구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정치적 존엄성을 포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국민투표에서의) '반대표'는 그리스인에게 모욕감을 주는 채권단의 최후통첩에 우리 정부가 맞설 수 있는 '거대한 찬성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외신들은 치프라스 총리가 현 교착 국면을 풀기 위해 '국민투표'를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 채권단을 더욱 압박하겠다는 승부수를 던졌다고 전했다.

◇'플랜B' 꺼내든 채권단=하지만 치프라스의 승부수에 맞선 채권단의 대응 역시 이전보다 더 강경해졌다. 그리스 디폴트를 가정한 '플랜B'를 현실로 옮기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기에 이른 것이다. 유로그룹은 27일 협상에서 '현 구제금융 프로그램의 1개월 연장'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회의장을 떠난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을 배제한 채 "그리스 사태가 야기할 파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재무장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플랜B의 봉인이 빠르게 풀려가면서 플랜A를 대체하고 있다"고 전했고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우리는 필요한 모든 행동을 취할 준비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CB 또한 28일 긴급회의를 소집, 그리스 은행권에 제공하는 긴급유동성지원(ELA) 프로그램 중단 여부를 논의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미증유의 길' 가는 그리스 사태=당장 30일 만기의 IMF 채무 16억유로를 막지 못하면 그리스는 사실상의 '디폴트'를 맞게 된다. IMF는 회원국의 상환 실패를 '디폴트(default·채무불이행)'가 아닌 '체납(arrear)'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당장의 재정증권 만기 연장 등이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문은 아직 열려 있다"는 데이셀블룸 의장의 말과 달리 30일 전 극적 합의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런 상태에서 IMF 채무가 체납될 경우 ECB는 ELA프로그램을 곧바로 중단할 가능성이 높고 그리스 정부는 은행의 줄도산을 막기 위해 새로운 화폐를 찍는 길을 선택할 것이라는 게 바로 '그렉시트'의 시나리오다. 이 같은 흐름을 늦추기 위해 그리스 정부는 당장 29일부터 은행 휴무나 자본통제에 나설 수도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치프라스가 제안한 '국민투표' 역시 실효성 논란을 낳고 있다. 이달 말 종료된는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연장한다는 내용의 협상안이 정작 국민투표 날(다음달 5일)에는 무효화되거나 수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치프라스 총리는 어떻게든 국민투표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며 이날 실시된 긴급 여론조사에서는 정부의 '반대표' 유도에도 불구하고 "채권단 프로그램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로존 잔류를 희망하는 민심이 여전히 높다는 의미다.

국민투표 결과 찬성이 우세 판정을 받을 경우 채권단의 협상안이 힘을 받으면서 그리스 사태가 진척 국면을 맞을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그리스는 또 한번의 극심한 정치적 혼란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현 집권 여당 및 치프라스 총리를 불신임한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정부의 실각 및 조기총선이 실시될 수 있고 자칫 그리스가 무정부 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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