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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경제 QE도 구제 못하나

ECB 대규모 양적완화에도 실업률 두자릿수 유지 전망<br>경기 침체 장기화 가능성<br>국가별 실업률 격차 더 벌어지고 임금인상률 낮아 디플레 우려도


유럽중앙은행(ECB)의 대규모 양적완화(QE)에도 실업률이 두 자릿수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이 장기적인 경기침체(스태그네이션)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23일(현지시간) 유럽의회 경제·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유로존은 확실히 성장 모멘텀을 맞았다"며 "대출조건이 완화되면서 금융사업 투자 수요가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QE 실시 이전보다 한층 낙관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QE 효과가 수년간 이어진 유로존 경기침체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 통계당국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지난 1월 유로존 실업률은 11.2%를 기록했다. 2013년 5월(12.1%)부터 소폭 하락하고 있지만 회원국 정부의 긴축재정과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비교하면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기업들이 신규 고용을 늘릴 만큼 유럽 경기회복세가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ECB조차 1조1,000억유로(약 1,300조원) 규모의 QE 프로그램을 완전히 실시한 후에도 실업률이 두 자릿수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ECB는 이달 초 발표한 자료에서 올해 실업률을 11.1%로 전망했고 내년 10.5%, 오는 2017년은 9.9%로 예상했다. ECB가 유로존의 순환적 경기회복이 완료된다고 전망하는 2017년에도 유럽인 10명 중 1명은 여전히 실직상태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ECB의 실업률 전망이 너무 부정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고용시장이 개선되더라도 사상 최저였던 2008년 초 실업률(7.2%)보다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QE를 종료한 미국이 실업률을 5.5%(2월 기준)까지 낮춘 것과도 대비된다. 미국의 실업률은 올해 말 5%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FT는 유로존에서 높은 수준의 실업률이 지속되는 것은 곧 유럽의 노동시장에 구조적 결함이 있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고용 유연성 부족 등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 때문에 유로존 경기가 좋아져도 고용이 나아지지 않는 '구조적 실업'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유로존 경제위기가 수요반등과 상관없이 소속국들의 고용창출 능력을 파괴할 만큼 여파가 컸다는 해석도 나온다. 런던경영대학원의 루크레치아 라이힐린 교수는 "유로존 경제 회복세는 매우 점진적"이라며 "이 말은 곧 (유로존이) 잃어버린 생산 및 고용 능력을 절대로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미"라고 전했다.

유로존 회원국별 실업률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2008년 금융위기 전 유로존 내 주요국 실업률은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현재 유로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25세 이하 청년실업률은 7.1%인 반면 이탈리아는 40% 이상, 스페인과 그리스는 50% 이상이다.

ECB는 각 정부가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노동시장을 좀 더 유연하게 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면 가능하다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앙은행 같은 정책기관이 나서야 할 때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너선 포테스 영국 국립경제사회연구소장은 "유로존 정책 입안자들이 허용할 수 없을 만큼 높고 위험한 수준의 실업률을 계속 지켜보는 것이 매우 실망스럽다"며 "정책 입안자들이 이를 방치할수록 구조적 실업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심지어 유로존의 낮은 임금 인상률은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키우고 있다. 최근 유로스타트는 지난해 4·4분기 유로존 평균 임금이 전년동기 대비 1% 오르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직전 분기(1.4% 상승)보다 오름세가 둔화된 것이다. 런던 소재 IHS글로벌인사이트의 하워드 아처 이코노미스트는 "임금 상승률이 둔화되면서 디플레이션에 대한 ECB의 고민만 커졌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무엇보다 둔화된 임금 인상률이 최근 유로존 소비시장 개선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월 유로존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1.1% 올라 2013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기준으로는 3.7% 증가했다고 WSJ는 전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1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ECB의 양적완화가 성공하려면 기업들의 적극적인 임금 인상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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