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6일 본회의 처리가 불발되면서 정국이 혼돈에 빠져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여야 협상 결과를 놓고 새누리당 지도부의 협상력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고 서청원 최고위원을 비롯한 여당 내 친박근혜계 의원들이 청와대와 기류를 같이하며 여야 합의에 제동을 걸어 여권 내 갈등 격화와 함께 당청 관계가 급속도로 얼어붙는 양상이다.
이날 새누리당 내에서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여야 합의 과정을 놓고 지도부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요구한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 인상 등 공적연금 강화 방안을 공무원연금법 개정안과 연계한 것에 대해 김태호(사진) 최고위원은 "포퓰리즘의 전형"이라며 지도부에 쓴소리를 했다. 김 최고위원은 "과연 국가의 미래를 걱정해서 나온 안인지 아니면 양당 대표의 미래만을 위한 안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이에 김 대표는 "왜곡된 정보를 기반으로 한 과한 비판은 수용하기 힘들다"며 "제대로 알고 지적하라"고 발끈했다. 김 대표와 김 최고위원은 비공개회의에서도 언성을 높이며 논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공무원연금과 별개인 국민연금을 연계한 것을 두고 지도부를 향한 당내 비판이 빗발쳤던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친박계를 중심으로 김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서명한 공적연금 강화 연계 합의를 거세게 비판하고 이 과정에서 '지도부 사퇴' 요구까지 나왔다.
당 안팎의 비판을 받던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는 결국 당내 분란을 우려해 공무원연금 개정안의 4월 국회 처리를 포기하고 야당과 재협상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 협상에 대한 청와대의 태도를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총회에서 김 대표는 "(청와대도) 다 알고 있었으면서 (협상을) 하고 나니 이럴 수 있느냐"며 청와대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고 유 원내대표도 "(공무원연금 개혁 협상) 논의과정에 청와대 수석이 참석하는 등 다 알고 있었는데 개혁안 통과를 요구하면서 나중에 문제를 제기하는 게 말이 되느냐. (나중에) 이를 청와대와 따져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청와대 참모진은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4월 국회 처리가 결국 무산된 데 대해 여야 정쟁의 '희생양'이 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는 공무원연금법 처리를 놓고 여야가 정면대결 양상을 보였고 이번 사태의 파장이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문구조율 작업을 거친 뒤 7일 공식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여야가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고 국민들도 높은 관심을 보여 반드시 처리될 것으로 기대했다"면서 "하지만 여야가 이해득실을 따지며 정쟁 수단으로 이용한 것으로 비쳐 아쉽고 안타깝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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