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이후 이른바 ‘근원 인플레이션’을 기준지표로 사용해온 우리나라의 물가정책이 6년 만에 수술대에 오른다. 물가당국의 정책전환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것으로 금리를 비롯한 거시정책 전반에 적지않은 파급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4일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두 기관은 올 상반기 안에 물가안정 목표의 범위 조정 등을 포함한 중기 물가정책에 대한 본격 협의에 착수, 연내 최종안을 도출해낼 계획이다. 현행 물가정책 목표제는 한국은행이 결정하되 재경부와 협의하도록 돼 있다. 정부와 한은은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를 받아들여 물가안정목표제를 도입했으며 그해와 이듬해인 99년에는 소비자물가를 기본지표로 삼다가 2000년부터 근원 인플레이션으로 바꿔 적용해왔다. 근원 인플레이션이란 유류와 농산물(곡물 제외)이 기후에 너무 민감하고 정책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인식 아래 이들 두 부문을 뺀 나머지 요소만을 갖고 지표로 만든 것이다. 정부와 한은은 이를 통해 2004년부터 올해까지의 3년 평균 중기 인플레 목표를 2.5%에서 3.5% 수준으로 책정해놓았다. 하지만 근원 인플레이션이 통화정책을 펴는 데 훨씬 효용적이더라도 일반인들이 거의 모르는 지표를 사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정치권에서 꾸준히 제기됨에 따라 오는 2007년 이후 새롭게 적용할 중기 인플레율을 산정하는 작업을 하면서 차제에 물가정책의 기본지표를 완전히 바꿀지 여부까지 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와 한은은 이번 협의에서 우선적으로 물가정책의 지표를 현행대로 근원 인플레율을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99년 당시 사용했던 소비자물가로 바꿀 것인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어 둘 중 하나를 선택할 경우 물가 목표대를 현행대로 2.5~3.5% 수준을 고수할 것인지, 지난해의 저물가 수준을 고려해 목표 물가 자체를 낮출 것인지 여부도 검토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현행 3년으로 돼 있는 중기 물가 목표제의 기간을 바꿀 것인지, 달성하지 못했을 때 책임을 누가 어떻게 질 것인지 등에 대해서도 다각적인 협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정부의 한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동안에는 물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한국은행 총재가 국민 담화 형태의 설명으로 해명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설사 기준지표를 소비자물가로 바꾼다고 해도 현행 근원 인플레율은 통화정책의 일관성 차원에서 분명히 효율적인 잣대”라고 강조하고 “하지만 물가지표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만큼 한은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연말까지는 최종 방안을 도출해낼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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