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되는 미국의 주택지표는 일부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상당히 양호한 편이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4월 판매된 신축주택이 총 34만3,000채(연환산 기준)로, 전달보다 3.3% 늘어났다고 밝혔다. 거래가격도 높아져 지난달 판매된 신축주택의 중간가격은 23만5,700달러로 전달에 비해 0.7%, 전년 동기 대비 4.7% 상승했다.
앞서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지난 22일 4월 주택거래 실적이 전달보다 3.4% 증가했으며 연율로 환산할 때 462만가구에 달해 2007년 이후 가장 많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매매된 주택의 중간가격 역시 17만7,400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1% 치솟으며 2006년 1월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거래가 활기를 띠면서 새로 짓는 주택도 늘어나고 있다. 뉴욕으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많은 북부 뉴저지 일대의 경우 수년 동안 비어 있던 택지에 최근 들어 어김없이 새로운 주택들이 지어지고 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4월 주택 착공건수는 71만7,000가구로 전월보다 2.6% 증가했다. 1ㆍ4분기 주택건설 역시 2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향후 주택시장에 대한 전망도 개선되고 있다. 전미주택건설협회(NAHB)에 따르면 5월 주택시장지수는 29로 전월에 비해 5포인트 올랐다. 이는 2007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택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섰거나 적어도 바닥에 이르렀다는 데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모기지금융의 대부로 불리는 루이스 라니에리 전 살로먼브러더스 회장은 한 포럼에서 “미국 주택시장이 바닥에 다다랐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미국인의 절반 정도가 모기지 대출을 받지 못할 정도로 신용이 까다로워졌기 때문에 회복세를 체감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정보 제공 업체인 파이저브에 따르면 현재 주택 가격은 2006년 1ㆍ4분기보다 35%나 떨어진 것으로 주택 중간가격과 가계의 중간소득을 비교한 값이 199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파이저브는 주택 가격이 바닥에서 상승으로 돌아서기까지는 9개월에서 12개월이 걸린다며 본격적인 상승세는 올 하반기에 나타날 것이며 향후 5년간 평균 3.9%의 상승률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모기지금리도 바닥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주 프레디맥은 30년 고정 모기지금리가 3.79%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2005년 주택 버블이 가장 심했을 때 이 모기지금리는 6%를 넘었었다.
이러한 여건 변화는 주택 수요자들의 구매여력을 높여주고 있다. 뉴욕의 퀸즈에 위치한 엑시트킹덤리얼리의 에이전트로 활동하고 있는 에리카 시젤씨는 “주택 구매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며 “마치 지금이 아니면 살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하는 것 같다”고 최근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주택시장의 회복세는 아직은 미약한 상태로 또 다른 충격이 올 경우 다시 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당장 유럽 문제 등으로 거시경제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또 금융기관들의 압류주택을 대량으로 풀 경우 시장 분위기는 싸늘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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