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자체가 명소로… 상품 아닌 브랜드 철학을 팔다
MCM·뉴발란스·SPC스퀘어·에뛰드하우스 등
단순 홍보관 벗어나 체험·놀이공간으로 탈바꿈
브랜드 이미지 고급화하면서 고객 충성도 높여
 | MCM 스페이스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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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CM 스페이스 1층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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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CM 스페이스 2층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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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발란스 홍대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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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뛰드하우스 명동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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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C스퀘어 내부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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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생 이모(21)씨는 친구들과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약속이 있을 때면 지난해 말 오픈한 MCM 가로수길 매장을 찾는다. 약속 시간 보다 조금 일찍 나온 이씨는 MCM 플래그십스토어 '마지트(M:AZIT)' 에 들러 1층 매장을 둘러보며 최근 핫한 패션 라이프스타일 흐름을 파악하는 시간을 갖는다. 스마트폰 엄지족으로서 MCM 백팩의 매력에 푹 빠져 있는 그는 당장 제품을 사지 않더라도 '넥스트 백'을 찜하기도 하고 혼자서 2층에 마련된 '컬쳐 아지트'를 찾아 관객의 움직임을 감지해 반응하는 고아진 작가의 인터렉티브 미디어아트와 어릴 적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토이 아티스트 레프티 권의 작품을 감상하며 쉽게 접할 수 없는 문화 샤워도 즐긴다. 약속 시간에 맞춰 1층 테라스에서 친구와 조우한 이씨에게 친구를 기다리며 보낸 30~40분이 꿀맛 같다.
실제로 경험해보고 구매하려는 스마트 소비가 늘면서 플래그십스토어가 소비자의 놀이터로 떠올랐다. 이전까지 플래그십스토어는 그저 규모가 큰 브랜드의 대표 매장으로 제품 전시를 통해 고객이 수동적으로 브랜드를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홍보관 역할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금은 더 나아가 한정판 등 다양한 제품으로 발길을 모을 뿐 아니라 브랜드의 철학과 역사를 적극적으로 향유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체험과 놀이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이처럼 기업들이 놀이 형태의 플래그십스토어를 앞다퉈 론칭하고 있는데는 고객이 체험을 통해 브랜드를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서다. 인테리어와 소품 하나 하나에 브랜드 철학을 담아 낸 플래그십스토어는 브랜드 이미지의 고급화와 차별화의 최적의 장치일 뿐 아니라 고객이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친근하고 편안하게 흡수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김상훈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기업들은 플래그십스토어가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기 때문에 커다란 광고 매장으로도 활용하고 있다"며 "이제는 플래그십스토어 자체가 명소로 떠올라 신규 고객 창출도 도울 뿐 더러 체험 공간을 통해 충성고객 유입 가능성도 높여준다는 이점도 있다"고 말했다.
MCM은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선도하는 혁신의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새롭게 확립시키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양한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체험할 수 있는 콘셉트 스토어 성격의 플래그십스토어 확대를 추진해 오고 있다. 세계의 패션과 문화 트렌드를 이끌어 가고 있는 글로벌 럭셔리 기업으로의 이미지를 굳히기 위한 전략으로 이 회사는 '매장의 브랜드화'로 가닥을 잡았다.
유커가 고객의 80%를 차지하는 4층 규모의 초대형 메가 콘셉트 스토어인 명동 '스페이스'는 마지트와는 또 다른 재미로 고객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일단 화려한 영상의 외부 미디어 파사드의 위용으로 시선을 잡아 끄는 1층에 입장하는 순간 커다란 우주선이 볼거리를 자아낸다. 제품을 독특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움직이는 천장 레일, 커다란 백팩 전시장 등 어떤 패션 매장에서도 볼 수 없는 파격적인 인테리어로 마치 미래를 향한 꿈과 희망으로 가득 찬 우주 여행에 온 듯 하다. 2층은 VIP를 위한 전용 공간이다. 5가지 제품을 토대로 사이즈와 색상을 선택해 맞춤형 백을 주문할 수 있도록 비스포크(특별 주문제작 시스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MCM 명동점을 찾은 쉬윈 페이(31)씨는 "주문 제작에 6개월 가량 걸리지만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나만의 MCM 백이라 즐거운 기다림이 될 것 같다"며 "면세점에서와 달리 여유있게 편히 앉아 퍼스널 쇼핑을 누릴 수 있어서 쇼핑이 즐겁다"고 전했다.
MCM 작품을 활용해 설치 미술 작품이 전시된 3층은 휴식 공간이자 파티장소로 쓰인다. 꼭 구매를 하지 않아도 3층을 찾아 작품에 시선을 꽂고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어 젊은 층은 물론 MCM에 빠진 유커들에게 남다른 쇼핑 놀이터로 입소문이 나 있다. 옥상 정원이 있는 4층에 오르면 명동 한복 판에서 가을 정취를 느끼기에 제격이다. MCM은 3층에서 연말까지 매주 금요일 마다 누구든 입장 가능한 디제잉 파티를 열어 쇼핑과 놀이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완벽한 변신을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젊은이들의 메카인 홍대에도 유명한 놀이터 매장이 있다. 뉴발란스가 세계 최대 규모로 오픈한 3층 규모의 플래그십스토어가 주인공. 젊은이들의 각종 문화의 상징인 홍대 지역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해 특별한 만남의 장소로도 부상하고 있다. 평소 뉴발란스를 즐겨 신는 대학생 김모(22)씨도 홍대에서 친구들을 만날 때면 이 곳을 찾는다. 이 매장에는 좀 더 튀고 좀 더 차별화된 미국·영국 생산의 한정판이 모여 있는 데다 특히 3층 'NB컬쳐하우스'에 마련된 러닝머신에서 친구들과 러닝화를 직접 신고 달려 보는 이색적인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이 신청하면 3층은 영상상영관과 공연장으로 언제든 변신이 가능하도록 열려 있어 언젠가는 밴드 동호회 친구들과 함께 소규모 공연의 꿈도 키우고 있다.
지난 7월 문을 연 SPC스퀘어는 연면적 2,000㎡ 규모의 단독 건물로 북적대는 강남역 곳에서 '도심 속 작은 광장'을 꿈꾼다. 나폴리 피자, 스페셜티 커피, 브런치앤디저트, 이탈리안 그릴 비스트로 등 4개 외식 브랜드를 모아 놓아 짧은 동선을 사용해 갖가지 제품을 맛볼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 SPC 스퀘어 건물에 들어서면 실시간 영상과 CG를 매칭한 실사합성 콘텐츠를 대형 월스크린을 통해 보여주는 '인터랙티브 미디어월'이 환상적인 공간으로 안내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각 매장 정보, 이벤트 소식 등을 터치스크린을 통해 받을 수 있는 '미디어토템'과 같은 고객의 다양한 체험을 유도하는 첨단 엔터테인먼트 서비스가 스마트 쇼퍼가 된 것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명동 중앙로에 가면 공주의 성을 연상시키는 곳이 있다. 복층 구조 인테리어에 프린세스 무드를 담은 에뛰드하우스의 '프린세스 하우스'다. 친구들과 함께 잠시나마 프린세스가 되고 싶다면 프린세스 하우스를 찾아 티아라와 가면을 착용하며 프린세스 가면 놀이 체험을 하면 된다. 색색가지 다양한 컬러에 어떤 것을 발라야 할지 모른다면 365가지 다양한 컬러의 네일 제품을 직접 발라 보지 않고도 아이패드를 통해 가상으로 체험해 볼 수도 있다. '스페셜 메이크업 존'을 가면 에뛰드하우스의 대표 제품을 시도해볼 수 있고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노하우를 제공하는 '뷰티 포스트 팁'을 받을 수 있다. 화장 놀이의 즐거움을 배가시키기 위해 에뛰드플래그십 스토어에서만 통용되는 주화인 '핑크코인'으로 매번 다양하게 운영하는 이벤트에 참여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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