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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절

해외영화제에서 여러가지 상을 받게되어 비로소 국내에서 화제가 되었던 우리영화 「아름다운 시절」을 며칠 전에야 보게 되었다. 영화관 상영이 오래 전에 끝난 작품인지라 비디오를 빌려 보았는데 화면상태나 녹음이 좋지않아 옛날영화를 엉터리 영사기로 보는 듯하여 많은 아쉬움이 있었고 초점을 향하여 움직이는 화면이 아니라 시종 원경에 화면을 고정시킨 카메라에도 불만이(?) 많았던게 사실이다. 오죽했으면 여자주인공은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게 영화가 끝났을까?그러나 이야기의 설정 등 영화작품으로서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우리 세대의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시절」은 잊혀졌던 우리들의 이야기를 다시 보여주었다. 매미울음 소리가 한낮의 정적을 깨는 천막교실의 풍경, 숱한 궐기대회나 정치이벤트에 빼앗긴 초등학교 운동장, 검정고무신을 신고 보리밥 도시락을 밥그릇에 싸가던 그 어려운 시절, 두꺼운 잡기장이나 헌책을 찢어 만든 딱지치기, 조약돌 맞히기, 담벼락 무등타기 등 그 시대의 놀이문화(?)는 지금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우리 세대만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그 못살던 시절의 이야기를 우리가 우리의 아들 딸들에게 재미있게 이야기하듯이 오늘의 세대는 그 다음세대에게 이 시대의 화두 IMF 이야기를 떻게 얘기할 수 있을는지(?) 문득 걱정이 앞선다. 비록 듣는 사람에게 감동은 없을지라도 우리는 보릿고개 이야기를 우리 아이들에게 재미있게 이야기는 할 수 있다. 또한 기름진(?) 음식에 식상하여 못살던 때에 먹던 꽁보리밥 된장찌개를 먹으러 멀리까지 원정을 가기도 한다. 즉 고생스럽던 시절을 아름다운 시절로 회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 뜻이다. 만약 50년대의 가난을 아직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누가 그 시절을 아름다운 시절로 반추하겠는가. 또 하나 그때는 모든 사람들이 다 가난했다. 조금 잘산다고 해 보았자 오늘의 잣대로 보면 자동차를 어느 차종으로 굴리느냐의 정도밖에 차이가 없었다. 그나마도 남을 의식해서 드러내 놓고 잘사는 걸 과시하지도 못했다. 그러나 지금의 IMF사태는 그때와는 사정이 판이하다. 전국민의 70%가 스스로 중산층이상이라는 착각 속에서 어느날 갑자기 IMF가 찾아왔고 고통의 대상도 선별적이었다. IMF와는 무관하거나 도리어 재산증식의 계기가 된 계층의 사람들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IMF체제를 벗어나는 날 우리모두가 이때를 아름다운 시절로 회상할 수 없는 걱정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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