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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산책] 왜구가 일본·고려인 연합체라고?


일본의 역사 왜곡이 불치(不治)의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일본은 2012년 국방백서에서도 독도 영유권을 주장했다. 참으로 터무니없고 어처구니없는 짓이다. 일본의 역사 왜곡 악습은 매우 뿌리 깊다. 동북아역사재단이 근래 발표한 '2012 검정본 일본 고등학교 교과서 분석집'에 따르면 7과목 30종에서 한국사 전분야에 걸쳐 의도적으로 왜곡한 내용이 많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한국사 왜곡 갈수록 가관

분석집에 따르면 일본 교과서들은 한국사의 시작을 고조선이 아닌 한사군(漢四郡)부터 서술하고 고대 일본에 영향을 준 나라도 우리나라보다 중국에 더 무게를 뒀다. 일본이 한반도 남부를 점령하고 식민지로 삼았다는 임나일본부(任那日本府)설도 여전하다. '왜구(倭寇)의 발생 원인이 고려왕조 내부에 있고 그 주체는 고려인과 일본인의 연합'이라는 무리한 주장도 포함돼 있다. 동학농민운동을 농민반란으로 규정해 일본군의 불법 파병을 정당화했다.

이제 왜구의 정체에 대해 다시 짚어보자. 일본의 역사는 '왜구의 역사'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일본이 걸핏하면 한국사를 왜곡하려 드는 것은 왜구의 침략적ㆍ약탈주의적 본성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왜구는 고려시대에 비롯된 것이 아니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왜구의 침략은 신라 건국 초기부터 나타난다. 왜(倭)가 국호를 일본으로 바꾼 것은 백제 망국 직후인 서기 670년. 일본 국호의 역사는 1,400년에 불과하지만 왜구의 역사는 거의 2,000년에 이른다고 볼 수 있다.

6세기까지 국가의 기틀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왜가 임나일본부를 세워 한반도 남부를 200년이나 지배했다는 주장은 가소롭기 그지없다. 이런 황당무계한 역사 왜곡과 날조가 바로 황국사관이요 식민사관이다.

근 2,000년 동안 왜구의 침범과 만행을 당한 우리 민족의 피해와 고통은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을 정도다. 왜구는 해안뿐 아니라 내륙 깊숙한 곳까지 침범해 살인ㆍ강간ㆍ방화ㆍ약탈을 자행했다.



왜구의 발생이 고려의 정치적 혼란에서 비롯됐다거나 일본인과 고려인의 연합체란 주장은 매우 무리한 학설로 한국학계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왜구의 만행은 조선왕조가 들어서고도 변함없이 이어졌다. 세종대왕이 대마도 원정을 감행했지만 왜구는 1592년(선조 25년) 수십만 정규군으로 변신해 임진왜란을 일으켰다. 굶주림에 못 이겨 시작한 왜구의 노략질이 나라를 강탈하려는 국가 차원의 침략전쟁으로 확대 재생산된 것이다.

조선왕조가 막을 내린 이후에도 계속된 일본의 침략은 1910년 한국 강점과 1941년 태평양전쟁 도발로 절정에 이르렀다. 1945년 일제가 패망할 때까지 우리나라는 대일본제국이라는 간판을 내세운 사상최강의 '왜구적 집단'에 강점당해 이루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당했다. 동학농민군과 항일의병ㆍ독립군을 무자비하게 탄압ㆍ학살한 일본 군경도 왜구의 후손들이었다.

우리도 올바른 역사교육 힘써야

하지만 우리도 반성할 점이 많다. 광복 70년이 다 돼가도록 올바른 역사교육을 하지도, 일제 잔재를 완전히 청산하지도 못했다는 비판이 적잖다. 우리 스스로 우리 역사를 왜곡ㆍ날조하며 흠집내기를 밥 먹듯 하는 사극(史劇)들도 큰 문제다.

올바른 역사관은 팽개쳐버리고 고유의 정신문화는 하찮게 여긴 채 물질만능 황금제일주의 풍조에 휩쓸렸으니 오늘 같은 난국을 자초한 면이 있다. 역사를 여전히 하찮게 여기고 백년대계인 교육을 '시험기계'나 양산하는 방편으로 삼는다면 독도를 지키기도, 잘못된 왜구의 역사를 바로잡기도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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