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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사진)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가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 자리에 내정됐다. 아태국장은 IMF 실무급 최고위직 중 하나며 역내 회원국들의 주요 경제정책 방향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위상을 갖고 있다. 한국은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 이코노미스트의 자리를 위해 애써왔다.
IMF는 26일(현지시간)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가 이창용씨를 아태국장에 임명했다"고 밝혔다. 이 내정자는 IMF 내 정식 임명절차를 거쳐 내년 2월10일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공공 및 민간 분야의 풍부한 경험과 함께 금융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고 있다"면서 "전세계 경제에서 가장 역동적 지역인 아시아 국가들을 위해 이씨와 함께 일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내정자는 27일 내정 발표 직후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1998년 외환위기를 겪었던 우리나라가 이제는 IMF의 고위직을 배출했다는 점은 제 개인적인 역량 때문이라기보다는 대한민국의 위상이 그만큼 국제적으로 높아진 덕분"이라며 "(국민들이 국가 역량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향후 신임 국장으로 IMF 정책에 아시아의 입장을 적극 반영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를 나타냈다. 이 내정자는 "아시아는 그동안 IMF로부터 주로 정책적 조언을 받는 입장이었는데 이제는 아시아의 (경제발전) 경험과 사례를 IMF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다른 지역에도 알릴 수 있도록 강하게 역할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시아 경제의 특성에 대해 "전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지역이면서도 금융시장은 덜 발달돼 있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앞으로 아시아 특유의 역동성을 유지하면서도 금융시장이 발전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다만 금융시장 발전은 시장 개방에 따른 위험도 키울 수 있는 만큼 금융이 '발전과 안정'을 균형 있게 이룰 수 있도록 돕겠다고 덧붙였다.
이 내정자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관련해 "미국 경제가 회복세에 있기 때문에 (양적완화 축소는) 그 정도가 비록 점진적으로 일어나더라도 내년부터는 시작되리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고 내다봤다. 엔화의 가치 향방에 대해서는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달렸다"면서 "환율을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이 내정자는 우리나라의 금융시장에 대해 "지난번 (미국에서) 양적완화 축소 방침에 대한 발표가 났을 때 아시아의 많은 신흥국은 환율과 주식시장의 변화를 겪었지만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괜찮았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우리나라는 지난 외환위기와 2008년의 금융위기 이후 (경제 역량이) 많이 개선됐지만 앞으로 금융시장이 많이 개방될 것"이라며 "따라서 거시건전성 정책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주제"라고 제언했다.
이 내정자는 이번 영전을 적극 지원한 우리 정부의 노력에 거듭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그는 "이 자리가 개인의 역량으로 올라갈 수 있는 게 아니고 국가 차원의 뒷받침이 있어야 가능하다"며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라가르드 IMF 총재에게 직접 제 추천서를 써주고 여러 나라 장관들에게도 일일이 저를 지원해줄 것을 부탁하면서 도와줬다"고 전했다.
이 내정자는 1960년 충남 논산 출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로체스터대 경제학과 조교수,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등을 역임했다. 2007년 이명박 정부 출범 때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으로 활약했으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기획조정단장 등을 지낸 뒤 ADB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해왔다.
IMF는 라가르드 총재 휘하에 4명의 부총재와 2명의 고문을 두고 있으며 20여석의 국장을 실무최고직으로 운용하고 있다. 이 밖에도 20개국이 각자 상임이사들을 파견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기재부 출신이면서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을 지냈던 윤종원 이사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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