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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시스템 개조하자] 11부. 낡은 부동산정책 틀 바꿔라 <1> 임기응변 아닌 일관성 필요

툭하면 세감면 땜질처방에 시장 왜곡… 예측 가능 정책 펼쳐야

부동산 정책이 땜질식 처방으로 인식돼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과거 대규모 주택공급 위주의 틀에서 벗어나 변화된 시장에 맞게 새로운 방향 설정을 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참여정부 당시 급등하는 집값을 잡기 위해 조성한 2기 신도시 중 하나로 개발한 판교신도시 전경. /서울경제DB


구매 대신 전세살이 증가 등 패러다임 완전히 바뀌었는데
집 부족할때 썼던 대책 반복… 정치권선 포퓰리즘 이용도
기업 임대시장 진출 허용 등 수요확대로 정책시야 넓힐때


지난 4월1일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합동브리핑실. 박근혜 정부의 첫 국토교통부 수장을 맡은 서승환 장관이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등장했다. 이 자리에서 ‘4ㆍ1부동산대책’을 발표한 그는 “이번 종합대책은 관계부처가 칸막이를 허물고 지혜를 모아 마련한 산물”이라며 “입법이 차질 없이 추진되면 주택시장 정상화, 민생경제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서 장관은 이튿날 언론사 부장단과의 간담회에서도 “이번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의 효과로 올 하반기나 늦어도 연말쯤에는 시장이 온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3개월여가 지나 하반기에 들어섰지만 부동산 시장에는 그의 전망과 달리 썰렁한 냉기만 흐르고 있다. 최근 부동산써브 집계에 따르면 7월 둘째 주 기준 서울의 아파트 시가총액은 637조3,835억원으로 4ㆍ1대책이 발표된 4월 첫째 주보다 3조5,093억원이 줄었다.

반면 전셋값은 치솟고 있다. 서울 전셋값은 올 상반기 3.25% 올라 지난해 같은 기간 변동률(1.71%)의 배 수준으로 높아졌다.

6월 말 취득세 감면 혜택 종료 후에는‘거래절벽’ 현상까지 두드러져 이달 들어 24일까지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건수는 지난달 9,028건에서 뚝 떨어진 1,348건에 그쳤다. 장관의 호언과 달리 시장이 정부의 대책을 비웃는 형국인 셈이다.

관계부처가 칸막이까지 허물고 마련한 지혜의 산물인 ‘4ㆍ1부동산대책’이 반짝 효과에 그친 후 그 약효를 다해버린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뀐 시장에 과거에나 유효했던 정책을 되풀이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과거 집이 부족해 공급 위주의 정책을 펴야 할 때 썼던 방식을 새 정부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며 “규제와 완화를 오가는 냉온탕식의 부동산 정책은 달라진 시장에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땜질식 처방으로 신뢰 잃어”=최근 부동산 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정책이 수시로 바뀌는 땜질식 처방쯤으로 인식되면서 시장의 단기변수로만 작용하게 됐다는 점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부동산 정책이 일관성과 지속성을 상실하자 제한된 기간에만 영향을 미치는 반짝 효과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취득세 감면 혜택이다. 취득세의 기본 세율이 4%로 확정된 것은 지난 2005년. 그러나 이후 8년 동안 기본세율이 적용된 적은 한번도 없다. 취득세 감면이 주택 거래 활성화의 핵심 역할을 맡으면서 2%와 1%(9억원 이하 주택 기준)를 오르락내리락했을 뿐이다. 일시적인 세 감면 혜택은 시장의 내성만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취득세 한시 감면 기간에 살아나는 듯했던 매수세는 종료 후에 어김없이 실종됐다.

결국 22일 정부가 논란이 돼온 취득세율을 인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그동안 되풀이된 부정적인 학습효과 탓에 9월 정기국회 통과 여부를 걱정해야 하는 형편이다. 게다가 ‘소급적용 불가’를 선언해 올해 내내 계속될 ‘거래절벽’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은 일관성 없는 시그널을 시장에 보내는 게 문제”라며 “장기적인 전망 속에서 예측 가능한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타협의 산물로 변질도=부동산 정책의 예측 불가능성은 정책이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 되면서 더욱 심화됐다.

법 개정이 필요한 부동산 관련 정책이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 시장의 기대감만 높인 채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사례는 적지 않다. 4ㆍ1대책에 포함된 후 6월 임시국회에 의원 입법으로 발의된 수직증측 리모델링 허용을 위한 주택법 개정안은 국토교통위 문턱도 넘지 못하고 9월 정기국회로 넘어갔다. 이밖에 거래활성화 차원에서 발의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나 분양가상한제 폐지도 1년 가까이 국회에 묶여 있는 상태다.

조 교수는 “부동산 정책이 언제부턴가 정치권의 포퓰리즘 수단으로 활용됐기 때문”이라며 “여야가 경제적 효과를 우선 고려한 후 협의를 해야 탈정치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 변화에 맞게 정책방향 재설정해야=부동산 정책이 땜질식 처방 수준에서 벗어나고 탈정치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정책 입안자들이 사고의 틀을 바꾼 후에 새로운 방향 설정을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시장의 체질이 바뀐 만큼 정책의 지향점 역시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치권에서 분양가상한제 등을 없애면 문제가 생긴다고 우려하는 것은 이미 성쇠기로 접어든 시장을 여전히 성장 중인 청년기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무엇보다 먼저 시장의 변화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돈이 있어도 주택 구입보다는 전세를 희망하는 수요자들이 늘어나고 시세차익을 포기한 주택보유자들이 전세보다는 월세로 임대를 놓으며 자본이득을 추구하는 부동산 시장의 변화에 맞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과거 수십년간 지속한 주택공급 위주의 정책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위원은 “공급 증대가 아닌 기업들의 임대주택 시장 진출 허용 등 수요확대의 정책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며 “아울러 이미 공급된 재고주택의 품질을 유지 또는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리모델링 정책 등 주택 관리 분야로 정책의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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