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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루이 '테니스 격돌'

이창호 9단은 형세의 유불리와 승패에 무관하게 무표정한 포커페이스의 전형. 그런 그가 얼굴을 감싸안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루이나이웨이 9단은 가공할 공격력과 완력을 지녀 별명조차 ‘철녀.’ 그런 그녀가 소녀처럼 해맑게 웃는 모습은?물론 반상에선 어림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창호가 전혀 그 답지 않은 표정을 드러내고 루이가 더없이 깜찍한 여자로 변하는 곳이 있으니 바로 기사들 테니스 모임이다. 따뜻한 봄기운이 가득한 지난달 30일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 인근의 테니스코트. 이날은 마침 한달에 한번 갖는 정기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이창호가 갑자기 얼굴을 묻고 웅크리고 앉는다. 결정적인 발리를 네트에 처박는 실수를 한 것이 못내 아쉬웠던 모양. 이럴 땐 ‘돌부처’가 아닌 25살 청년의 모습 그대로다. 바로 옆 코트의 루이. 초보 실력에 공 넘기기에만 급급하던 그녀가 운좋게 공격을 성공시킨다. 그리곤 소녀처럼 팔짝팔짝 뛰며 환호성을 지른다. 밖에서 지켜보던 남편 장주주 9단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체력은 기력(棋力)이다’를 모토로한 테니스모임은 이처럼 재미난 풍경을 연출하며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현재 15명가량이 참여하고 있는데 중국출신 루이나이웨이_장주주 9단 부부가 우리 기사들과의 벽을 허무는데 한몫하기도 했다. 주로 복식경기를 하는데 실력으론 시니어 윤기현 백성호 양재호 9단과, 김승준 김영삼 이상훈 한종진 등의 젊은 기사들이 선두권. 이중 구력 10개월에 일주일에 5차례나 코트를 찾는 극성파인 김승준 7단이 가장 기량이 일취월장하고 있는 유망주. 탑스핀이 걸린 포핸드스트로크가 특기인데 구리빛 피부와 앤드리 애거시를 연상케하는 스포티한 코트패션도 꽤나 인상적이다. 김 7단은 ‘만능스포츠맨’ 김영삼 4단과 로빙볼이 특기인 이상훈 6단 등과 함께 영파워를 형성, 구력 10년이 넘은 시니어그룹을 위협하고 있다. 한편 일주일에 서너차례 코트를 찾는 이창호 9단은 선두그룹 도약을 노리는 마이너리그 선두주자다. 왼손잡이에 폼이 다소 엉성한 이 9단은 반상에서와 마찬가지로 발이 빠르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하지만 ‘허허실실’ 전법. 착실한 리시브와 날카로운 발리로 종종 상대의 허를 찌르곤 한다. 이 9단은 6일 윤기현 9단과 일주일 일정으로 일본방문길에 오르는 데 일정중엔 고바야시 고이치 9단 등 현지 기사들과 한·일 친선 테니스경기가 예정돼 있다. “망신은 당하지 말아야죠.” 요즘 이 9단이 부쩍 테니스 개인연습에 열심인 이유다. 김후영 기자입력시간 2000/04/0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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