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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철값 80% 뛰었는데 납품가 10%만 올라"

팔수록 손해…경영부담 더이상 감당못해<br>제품값 현실화 안되면 사업자등록도 반납<br>새정부 대기업 납품횡포 차단책 서둘러야

갈곳 잃은 제품들… 주물업체들이 대기업에 대한 납품 중단을 시작한 7일 인천 서구 경서동 주물공단의 한 공장 마당에 목적지를 찾지 못한 주물 제품이 가득 쌓여 있다. /인천=홍인기기자

"고철값 80% 뛰었는데 납품가 10%만 올라" 팔수록 손해…경영부담 더이상 감당못해제품값 현실화 안되면 사업자등록도 반납새정부 대기업 납품횡포 차단책 서둘러야 이현호 기자 hhlee@sed.co.kr 갈곳 잃은 제품들… 주물업체들이 대기업에 대한 납품 중단을 시작한 7일 인천 서구 경서동 주물공단의 한 공장 마당에 목적지를 찾지 못한 주물 제품이 가득 쌓여 있다. /인천=홍인기기자 "제품가격 현실화 요구를 외면한다면 사업자 등록도 반납할 것입니다." 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대회의실. 20년 이상 중소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최고경영자들이 붉은 머리띠를 동여매고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주물공업협동조합 회원사 사장 20~30여명이 납품단가 현실화를 요구하기 위해 모인 것. 서병문 주물조합 이사장은 "자동차 부품의 경우 납품가격이 개당 180원 정도 인상됐는데 거래처에서는 평균 80원만 올렸고 공작기계도 개당 200원가량 인상됐는데 평균 100원 정도 인상하는 데 그쳤다"며 "이에 주요 대기업에 단가 현실화를 요구했지만 답변을 보낸 곳은 한두곳에 불과할 뿐"이라고 성토했다. 주물용 고철은 지난 2006년 말 ㎏당 270원이던 가격이 올 초에는 475원으로 80% 가까이 급등했다. 주물용 선철과 합금철, 규사, 흑연 등 부자재값도 2배 이상 치솟았다. 반면 납품가격 인상폭은 10% 정도에 불과한 형편이다. 주물업체들은 국제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경영부담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 때문에 1차 협력사와 거래하는 주물업체들이 대기업에 직접 단가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최종 수요처인 대기업들이 인상을 해주는 것이 가장 손쉬운 해결방법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인천 남동에서 자동차 관련 주물을 생산하는 A업체 사장은 "1차 협력사들에게 납품단가 인상을 요구해도 되돌아오는 답변은 최종 수요자인 대기업들이 가격인상을 해주지 않는 한 어쩔 수 없다는 것"이라며 대기업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반월공단에서 주물업체를 운영하는 B사장도 "2월부터 마진을 맞추기 힘들어 생산라인 절반의 가동을 중단하고 있는 형편"이라며 "대기업들이 가격 현실화를 해주지 않는다면 이번에는 타의가 아닌 자의적으로 납품중단이라는 강수로 맞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에 모인 주물업체 대표들을 비롯, 대구경북 주물업체들도 고령 다산 주물공단 입구를 바리케이드로 막고 대기업에 납품중단을 선언하며 더 강력한 실력행사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대기업의 횡포를 더 이상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선 사흘 동안 납품을 중단한 뒤 그래도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다면 전면적인 조업중단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주물업체들의 더욱 큰 고민거리는 원자재값 상승세가 언제 꺾일지 모른다는 것. 허만형 주물조합 전무는 "지난달 말 1㎏당 475원 하던 고철이 일주일 사이에 또다시 520원으로 올랐다"며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이라는 전망만 있을 정도로 영세한 주물업체들에는 최대의 경영위기"라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의 한 관계자도 "영세한 중소 업체들이 단체행동을 할 정도면 얼마나 절박한 상황이겠냐"며 "대기업들은 최소한 인상 여부를 검토해보겠다는 등의 반응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혼자 떠들어보라는 식으로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비난했다. 주물조합에 따르면 올해 수차례 인상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고 지난달 말에는 정기총회를 열어 '납품단가를 올려주지 않으면 납품을 중단하겠다'며 강경한 입장까지 보였지만 아직까지도 대기업들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한다는 것. 시위에 참가한 또 다른 주물업체 C사장은 "고철을 비롯한 원자재의 가격이 자꾸만 올라 회사들이 번 돈을 다 까먹고 빚을 내는 등 경영위기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납품중단이 거래 업체들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렇다고 주물업계가 공멸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납품단가 현실화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토로했다. 중소기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비단 주물업체뿐만 아니라 모든 중소 업체들이 최근 납품단가 때문에 애로를 겪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새 정부가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 횡포를 막기 위해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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