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대표 중형 세단인 '캠리'는 2만2,970~3만1,765달러에 팔린다. 현대자동차의 '쏘나타'는 2만1,150~3만3,525달러다.
최저 가격은 현대차가 다소 낮지만 최고가는 현대차가 더 높다. 평균으로 따지면 쏘나타가 캠리보다 30달러 비싸다. 일본 아베 신조 정부의 엔저 정책에 힘입어 쏘나타와 캠리의 가격이 역전된 것이다. 이는 두 나라 대표기업의 실적을 가르고 있다.
일본뿐이 아니다. 중국 정부는 7대 전략적 신흥산업을 정한 뒤 우리를 맹추격하고 있고 미국과 독일·일본 등은 기업 신규 투자에 거액의 현금을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기업들은 글로벌 전장에서 홀로 싸우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통화와 재정정책을 총동원해 기업을 후방 지원하는 경쟁국과 달리 우리나라 업체들은 외톨이 신세인 셈이다.
4일 국제금융시장에서 엔ㆍ달러 환율은 달러당 124.36엔을 기록했다. 125엔선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우상향 곡선이다.
무역협회가 최근 307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70.3%가 "현재의 엔화환율 수준에서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고 답했다.
국가 간 역학관계가 걸려 있어 외환정책을 수립할 여지가 넓지 않지만 최근에는 이른바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중국은 차세대 정보통신기술(ICT) 및 첨단장비, 신소재 같은 7대 산업에 오는 2020년까지 9,000억위안(약 158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경기부양을 위해 지급준비율 추가 인하 조치도 고려하고 있다.
미국도 미시간주와 켄터키주에 투자한 LG화학과 도요타에 약 1억5,000만달러 상당의 현금 및 세제혜택을 제공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사실상 기업 지원에 손을 놓고 있다. 정부는 이달 중 수출종합대책을 내놓는다지만 벌써부터 과거 정책의 재탕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한국은행은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로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 시점을 놓쳤다.
그나마 정부가 대책이라고 내놓아도 국회 벽에 가로막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국내 기업의 사업재편을 돕는다는 '원샷법' 처리는 정쟁으로 뒷전에 밀렸다. 화학물질관리법 같은 환경규제도 경쟁국에 비해 과도하다.
송원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정부가 추경을 포함해 금리 인하와 환율 부분에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