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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외환관리] <7·끝> 준비안된 금융허브

韓·中·日역내환율체제 모색할때<br>美·中 '위앤절상' 통화전쟁 틈새서 당할 우려<br>경제규모 커진 3국간 외환 직거래 검토 필요<br>달러의존 완화·자생력 강화 등이 '허브' 관건

중국의 노동절 연휴를 이틀 앞둔 지난달 29일. 전세계 금융시장을 놀라게 한 일이 상하이 외환시장에서 발생했다. 지난 10년 달러당 8.276~8.280위앤에서만 움직였던 환율이 20분 동안 8.270위앤선으로 바뀌었다. 인민은행은 ‘기술적인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국제 금융시장은 순식간에 혼란에 빠졌다. 위앤화 절상이 입박했다는 루머에 엔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3%나 미끄러졌고 한국ㆍ싱가포르 등의 통화가치도 급변동했다. 의도된 실수였을까, 아니면 절상을 위한 모의훈련이었을까. 그 진위는 알 길이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위앤화가 절상했을 경우 세계 금융시장에 얼마나 큰 충격을 줄지를 미리 선보인 셈이 됐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 해결이라는 명분 아래 진행 중인 미ㆍ중간 통화전쟁, 그리고 이들의 틈바구니에 낀 원화의 운명. 통화 패권 다툼은 우리에게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 모건스탠리는 “위앤화 절상으로 중국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면 중국경제의 버블이 일시에 꺼질 수 있다”고 경고한 상황이다. 중국을 최대 수출대상(2004년 기준 351억달러, 25.7%)으로 삼고 있는 한국에 돌아올 파급은 우리의 상상 이상이다. 심하게 표현하면 한국경제는 사실상 중국에 ‘종속’돼 있다. 안덕근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중국은 대미 수출로 얻은 흑자의 상당 부분을 한국에 주고 중국의 대미 수출 중 상당 부분이 한국의 대중국 투자로 이뤄지고 있다”며 “통화전쟁을 숫자놀음으로 간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동북아 금융허브라는 목표를 세운 참여정부에 미ㆍ중 통화전쟁은 중요한 고비를 가져다주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허브라는 원대한 꿈을 실현하기도 전에 강대국의 패권다툼에 속절없이 당하는 넛크래커의 상황으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박해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통화전쟁에서 원화가 받는 충격은 통상여건 악화를 뛰어넘을 것”이라며 “금융허브 육성이 꼭 필요하지만 홍콩ㆍ싱가포르와 경쟁할 여건조차 성숙돼 있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준비가 안된 한국의 자화상이다. 그럼에도 통화 주권 회복을 외치는 한국에 허브는 어떤 이유로도 포기해서는 안될 명제다. 전창환 한신대 교수는 “환율전쟁에서 원화가 영향을 덜 받으려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며 “달러 의존도를 낮추고 투자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금융센터의 김종만 박사는 “금융경쟁력과 자생력 강화를 위해 헤지펀드와 주기적으로 접촉하는 정보를 교류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이 바로 동아시아 국가의 외환공조를 현안으로 논의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한ㆍ중ㆍ일 3국의 경제규모를 고려한다면 굳이 달러에만 기댈 이유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정우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3국간 역내 교역비중이 높아진 상황에서 달러를 중간에 끼고 교역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반문한다. 달러에만 의존해온 체제를 대신할 ‘대안적 역내환율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ㆍ도쿄ㆍ상하이 등에서 원ㆍ달러, 엔ㆍ달러 거래 대신 원ㆍ엔, 원ㆍ위앤화간에 직거래를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위앤화 영향력이 높아져 상하이가 런던ㆍ뉴욕에 버금갈 정도로 성장할 것을 상정해야 한다는 것. 천수답식 외환운용 체계도 서둘러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노진호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달러가 얼마나 들어오느냐보다 이를 예측하고 어떻게 헤지할까를 시장이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금을 써가면서 환시장에 개입해 기업들의 이익을 보전해주는”(박정우 위원) 구시대적 방법으로는 시장 안정을 꾀하기 어렵다. 물론 갈 길은 멀다. 동아시아 국가들간 환율 협조의 경험도 일천한데다 각국의 환율체제와 정책도 판이하다. 금융허브도 이제 걸음마 단계다. 하지만 기축통화의 위상을 자랑해온 달러화는 분명 저물고 있다. 이를 실천하느냐, 못하느냐는 원화의 위상과 운명으로 직결될 것이다. 환(換)주권의 회복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특별취재팀=김영기기자 이종배기자 김민열기자 현상경기자 yo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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