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김모(32)씨는 이달 초 예금담보대출을 받기 위해 거래은행인 신한은행 홈페이지를 찾았다. 정기예금의 만기가 될 때까지 기다리자니 급전이 필요하고 해약하자니 가입 당시의 약정금리가 아까워 어쩔 수 없이 담보대출을 받기로 한 것이다. 소개란에 표기된 금리는 예금금리에 1.5%포인트를 더한 수준. 그는 자신의 돈을 담보로 잡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떼일 염려가 전혀 없는데도 높은 금리를 매기는 게 불만이었다. 결국 혹시나 해서 다른 은행을 찾아봤다. 은행에 따라서는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1.25%포인트나 1.3%포인트를 얹는 경우도 있었다. 김씨는 "뒤집어보면 상당수 은행들은 예금담보대출금리를 더 낮출 수 있는데도 이자장사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예금담보대출금리는 일반인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쉽지 않다. 위험 요인은 티끌만큼도 없는데 가산금리는 금융사마다 제멋대로이고 빌릴 수 있는 금액도 다르다. 일반인들의 상식과는 동떨어진 금리의 세계. 예금담보대출은 이 중 하나에 불과하다. 소액대출에 금리를 더 매기는가 하면 주가지수연계예금(ELD)의 담보대출금리를 정기예금에 연동하는 경우도 있다. ◇제멋대로인 예금담보대출금리=예금담보대출의 원리는 간단하다. 내가 맡긴 예금을 담보로 잡히고 일시적으로 돈을 빌리는 것이다. 1,000만원을 예금했는데 잠시 돈을 쓸 데가 있다면 예금을 깨지 않고도 자금을 융통할 수 있다. 이는 은행이나 2금융권이나 동일하다. 그런데 금리는 제멋대로다. 당장 저축은행은 업체에 따라 과도한 가산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한국ㆍ진흥ㆍ경기저축은행은 예금담보대출 가산금리를 2%포인트에서 최고 3%포인트까지 매긴다. 예금을 담보로 하기 때문에 위험이 없는 것은 저축은행이라고 다를 바가 없다. 때문에 최소 1.5%포인트인 은행권과 동일한 수준에서 가산금리를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HK와 토마토ㆍ제일저축은행도 예담대에 2%포인트의 추가금리를 얹는다. 푸른저축은행도 1.5~2%포인트를 가산금리로 책정한다. 은행권도 제각각이다. 국민은행은 인터넷이든 창구든 예담대 때 1.5%포인트를 일률적으로 가산하지만 인터넷으로 대출을 받으면 더 싸게 해주는 은행도 있다. 우리은행은 인터넷의 경우 1.3%포인트만 가산하며 하나는 1.25%포인트만 더한다. 한도도 천차만별이다. 내 돈을 담보로 맡기고 빌리는데도 금융사별로 대출한도가 다르다. 하나는 100%도 가능하지만 국민ㆍ우리ㆍ신한 등은 95%만 된다. 저축은행은 아예 90%까지만 되는 곳도 수두룩하다. 현대스위스ㆍ토마토ㆍ제일 등은 90%만 빌릴 수 있다. 반면 솔로몬저축은행이 예금잔액의 100%를 은행 수준인 가산금리 1.5%포인트만 더해 빌려준다. 대다수 저축은행들의 금리체계가 얼마나 비틀어져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금융회사들은 이것도 모자라 예담대 연체금리로 연 20% 안팎의 고리를 부과하고 있다. ◇혀를 차게 하는 ELD 담보대출의 왜곡=ELD의 예담대금리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ELD는 정기예금이었으면 고객에게 줘야 할 금리를 옵션에 투자해 원금은 보장하면서 높은 수익을 보장해주는 상품이다. 국민ㆍ하나은행은 옵션비용에 가산금리를 얹는 형태지만 신한은행은 모집 당시의 정기예금금리에 추가금리를 적용한다. 일반적으로 정기예금금리는 옵션비용에 은행의 수익 등을 추가한 것이어서 옵션비용보다 다소 많다. 실질적인 금리 차이는 크지 않겠지만 정기예금금리를 바탕으로 할 경우 불합리하게 고객이 추가부담을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액대출은 금리를 더 내라니=국민은행의 'KB직장인 신용대출'에는 눈에 띄는 조항이 하나 있다. 바로 500만원 이하 소액대출의 경우 1%포인트의 가산금리가 적용된다는 내용이다. 국민은행은 이 상품 외에도 '거래실적에 의한 신용대출' 'KB선생님 우대대출' 등 상당수의 신용대출상품에 소액대출의 경우 가산금리를 추가로 부과하는 조건을 달고 있다. 같은 대출인데 돈을 적게 빌리니 금리를 더 내라니…. 도무지 납득하기 힘든 금리체계다. 돈을 빌리려면 많이 꿔가라는 식이다. 은행 측은 신용대출의 경우 금액을 적게 하나 많게 하나 심사 등에 필요한 경비가 비슷하기 때문에 '페널티' 성격으로 부과하는 금리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출금액이 적다고 가산금리를 무려 1%포인트나 더 부과하는 것은 문제라는 비판이 많다. 다른 시중은행의 경우 공식적으로 소액대출에 가산금리를 부과한다는 조건은 찾아보기 힘들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소액대출이라고 금리를 더 부과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어렵다"며 "다른 은행도 공식적으로는 아니더라도 알게 모르게 대출금리 책정시 이를 감안할 수 있기 때문에 감독 당국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인터넷 대출이 더 불리하다고=대출금리는 흥정하기 나름이라는 것은 일종의 상식이다. 대출금리가 올라간다거나 조건이 나빠졌을 경우 "무조건 우겨라"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인터넷 대출금리가 창구 대출금리보다 더 높을 때가 많다고 은행원들은 얘기한다. 인터넷 대출은 인건비 등이 들지 않아 창구 대출보다 은행 입장에서는 비용이 적게 든다. 따라서 금리도 낮아야 한다. 그래서 비슷한 상품이라면 인터넷 대출금리가 공식적으로는 낮게 발표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개인여신 담당 직원은 "인터넷 대출은 여신 조건에 맞춰 금리가 단순적용되기 때문에 창구 대출보다 금리가 높은 경우가 나온다"며 "현장에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금리가 달라지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