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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중견 이코노미스트 좌담] 한국경제의 길을 묻다

"美, 아직 바닥 도달안해… 경기 본격회복 말하긴 일러"<br>"출구전략 준비하되 회복패턴 보면서 시기 결정해야"

중견 이코노미스트 특별좌담회에 참석한 조익재(왼쪽부터)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장민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김동호기자

(1) 장민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 (2) 김현욱 KDI 선임연구위원, (3)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한국 경제가 난공불락 같았던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성을 서서히 함락시키고 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그 과정에서 생긴 상처는 너무도 깊다. 2~3%대로 추락한 잠재성장률을 비롯해 고용 악화, 신자산버블, 출구전략 논란까지 난제가 가득하다. 어떤 방법으로 상처를 치유해나가야 할까. 서울경제신문은 이에 경제정책ㆍ금융시장ㆍ증권 등 각 분야에서 날카로운 분석과 대안 제시로 정평이 난 장민ㆍ김현욱ㆍ조익재 등 중견 이코노미스트 3인방과 안의식 서울경제신문 경제부장의 사회로 좌담회를 갖고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를 넘어서고 있는 우리 경제의 현주소와 문제점,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들 이코노미스트는 경기하락이 멈췄고 회복 과정에 접어들었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점진적으로 출구전략 시행에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내수와 고용 개선으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고 금융ㆍ의료 등의 서비스산업에서 신성장동력을 발굴해 오는 2010년 중반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좌담회는 지난 7월23일 서울 충무로 서울경제신문 본사 사옥 11층 회의실에서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사회=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닥터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최근 미국 경제침체가 올해 말에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증시가 동시에 오르는 등 긍정적인 지표도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금융위기는 이제 벗어난 것인가. 혹시 더블딥 우려는. 한국 경제 하반기 전망은. ▦장민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우리 경제가 2ㆍ4분기에 (전기 대비 국내총생산이 2.3% 성장하며) 좋게 나왔지만 정부 재정지출 확대 및 자동차세금 감면 등 정부 정책에 힘입은 바가 컸다. 3ㆍ4분기, 4ㆍ4분기에 이런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 낙관하기 이르다. 특히 미국 같은 경우 저축률은 지난해 초 1% 미만에서 6%까지 올랐고 소비는 1%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본격적인 회복 기조를 말하기는 이른 것 같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ㆍ금융경제연구부 연구위원=동의한다. 위기가 끝났다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지난해 4ㆍ4분기 경기가 급락하는 모습을 보고 전망을 굉장히 부정적으로 했었는데 그런 우려들이 비교적 빨리 해소된 측면이 있다. 여러 경제지표들은 전년 동기 대비 여전히 마이너스다. 다만 더 나빠지지는 않고 아주 천천히 개선될 것으로 본다. 특히 설비투자가 -25%를 하회하다 조금씩 나아지는 것은 희망적이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미국은 아직 바닥에 도달했다고 보기 어렵다. 큰 그림에서 부채 조정 사이클을 보면 내년 하반기 정도가 바닥에 도달할 시점인 것 같다. 미국이 바닥을 쳤을 때가 진짜 바닥이다. 그나마 중국 경제가 우리의 회복을 엄청나게 도와줬다. 중국 덕에 생각보다 수출 회복 및 기업들의 이익 회복이 빨라졌다. 금리인상 연말께 시도 가능, 각국 상황봐가며 공조할듯
설비투자 몇년간 뒷걸음질… 잠재성장률 떨어질 수밖에
지금부터라도 규제 줄이고 노동력 질적 저하 보완해야
▦사회=경기하락이 멈췄고 회복 과정이라는 데 모두 동의했다. 이와 관련해서 출구전략이 조금씩 거론되고 있는데 적절한 출구전략 타이밍과 방향에 대해 말씀해달라. 특히 금리인상 시기는 언제가 적합할지. ▦김 연구위원=우선 출구전략이라는 것에 대해 각자 다른 정의를 갖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어떤 사람들은 기업 외화채무 지급보증, 한국은행 은행채 매입, 총액한도대출 확대, 신용보증 확대, 중소기업 100% 만기연장 등 이번 금융위기 때 취해졌던 모든 정책들을 원상복귀하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지금 언급되는 것은 이러한 비정상적인 조치들을 하나둘 단계적으로 없애나가자는 것이다. 당장 금리를 올리고 재정을 긴축해야 한다고 나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준비는 하되 시점은 경기회복 패턴을 보고 결정해야 한다. (금리인상은) 내년 초 혹은 이르면 올해 말부터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단 불확실성이 남아 있기 때문에 당국이 어떤 시점에 대해 코멘트해서는 절대 안 된다. ▦장 실장=정부의 금융지원으로 (외환위기 때와 달리 죽은 기업이 잘 보이지 않아) 구조조정 방향에 혼선이 왔다. 이제는 그런 비정상적인 조치들을 점차 제거해나가는 게 맞다. 시중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조금씩 과잉유동성을 흡수해야 한다. 흔히 출구전략이라면 금리인상을 말하는데 우리가 전망하는 대로 경기가 바닥을 치고 조금씩 올라가는 페이스로 간다면 시장에 신호(시그널)를 줘야 한다. 시장에서 경기가 회복됐다고 공감하는 시점이 되면 당국이 금리정책을 전환할 것이다. ▦조 센터장=결국은 우리 혼자서 독자적인 금리정책을 결정하기 힘들다. 각국의 상황에 따라 글로벌 공조로 가지 않겠나 싶다. 회복 속도가 가장 빠른 중국은 가장 먼저 금리를 올릴 수 있는 나라다. 미국 및 유럽은 가장 늦게 출구전략을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 우리는 그 중간 정도의 시기가 될 것이다. ▦김 연구위원=전반적인 정책 기조의 전환에 대해 공조하는 게 맞지만 회복 속도가 각기 다르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즉 공조는 염두에 두되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 독립적인 정책 판단은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0.25% 올려본다거나 다른 유동성 조절장치 등을 통해 조금씩 시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무런 조치 없이) 가만히 있을 경우 또 다른 버블을 양산할 우려가 있다. 외환위기 이후 정보기술(IT)버블, 카드사태 등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회=예상보다 빨리 위기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평가는 많지만 잠재성장률이 4%대에서 3% 혹은 2%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세계경제규모 순위도 16위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과연 한국 경제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조 센터장=지금 우리나라가 처한 위치는 자연스러운 하락 국면이라고 볼 수 있다. 어느 국가든 인건비가 싼 시기와 높아지는 시기가 있다. 지금 우리는 중국ㆍ동남아시아 등 대체국가가 많아 국내에 설비투자를 계속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고용시장이 좋지 않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우리가 휴대폰, LCD TV 등으로 일본을 공략한 것처럼 중국도 어느 정도 시기가 되면 우리 주력산업들을 무너뜨리기 시작할 것이다. 결국 금융ㆍ서비스 등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에서 새로운 붐을 일으켜야 성장할 수 있다. ▦장 실장=잠재성장률 하락은 금융위기의 영향이 아니라 오랫동안 떨어질 준비를 해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설비투자가 계속 줄었고 고용 사정도 좋지 않았다. 특히 청년층 취업자 수는 지난 2005년부터 계속 감소세였다. 이처럼 몇 년간 투자ㆍ고용 등이 마이너스였는데 잠재성장률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 이상한 것이다. 어떻게 하면 젊은 사람들에게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제공해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 연구위원=2007년 말까지가 호황기였고 그 이후 수축기로 들어왔다고 본다. 금융시장 상황이 변하면서 신용경색에 대한 우려로 설비투자가 이뤄지지 못했다. 과거 외환위기를 경험했던 나라들의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제일 큰 영향을 받는 것이 자본이 줄어들어 설비투자를 제대로 못하는 부분이다. 위기에서 회복해도 자본조달비용이 많이 들어 투자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문제는 과거 4~5% 내외의 잠재성장률을 회복할 수 있느냐다. 지금부터라도 경제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는 노사 문제나 금융규제ㆍ기업규제 등 불합리한 것을 없애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직업연수 등으로 노동력의 질적 저하도 계속 보완해줘야 한다. 교육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래야 높은 성장률이 유지되고 더 빨리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런 부분을 실패했던 나라가 일본이고 북유럽은 성공한 케이스다. "출구전략 준비하되 회복패턴 보면서 시기 결정해야"
지역대학 출신 고용 우대등 획기적 청년실업 대책 필요
금융·의료등 서비스산업, 이제 전략적 접근·육성해야
▦사회=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서는 투자, 고용, 산업구조 재편 등을 빼놓을 수 없다. 그중 정부가 기업투자를 강조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아직 불확실성이 큰 탓에 일부 시늉만 낼 뿐 망설이고 있다. 정부와 기업의 관점이 서로 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 ▦장 실장=전체적인 맥락에서 기업들에 세제 혜택을 줄 테니 투자하라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기업들이 투자하지 않는 것은 해봐야 득이 될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새로운 산업을 찾으면 투자하겠지만…. ▦조 센터장=이제는 정부가 주요 부품 중 국산화가 안 된 부분에 대한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핵심기술 개발보다 단순 조립공장으로 남아 있다면 그것은 중국에 금방 따라 잡힐 수밖에 없다. 하이테크기술 분야로 유도하는 게 핵심이다. ▦사회=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해 수출에 의존하는 산업구조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한국도 차제에 산업구조 개편이 이뤄져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김 연구위원=우리나라가 수출에 의존하다 보니 세계경기에 민감한 것은 사실이다. 경제 규모가 작은 나라일수록 수출 비중이 높다. 바꿔 생각하면 수출을 내수로 옮기는 게 아니라 경제 규모를 더 키워야 답이 나온다. 앞으로는 수요 측면만이 아니라 공급 측면도 봐야 한다. 제조업 성장은 어느 정도 이뤄졌으니 이제는 내수를 살릴 수 있는 서비스산업을 키워야 할 때다. 교육ㆍ의료ㆍ법률ㆍ금융 등의 서비스산업을 어떻게 하면 더 효율화시키고 키워나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내수 활성화는 단순히 국내에서 소비를 많이 하자는 게 아니다. ▦조 센터장=4,000만명의 인구가 살기에는 좁은 땅덩이다. 우리는 나쁘다 좋다를 떠나서 수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제조업에서 끌어낼 수 있는 수익성도 정점에 접근했다. 다만 기업들이 만들어내는 부가가치를 누가 가지고 가느냐의 관점에서 본다면 아직 우리는 해외로 나간 은행 및 펀드가 없다. 싱가포르의 테마섹처럼 금융을 수출할 수 있는 국가가 돼야 한다. ▦사회=고용 문제도 특히 심각하다. 적절한 고용대책이 있다면. ▦장 실장=청년 고용 사정이 매우 좋지 않다. 실업률이 3.8~4.0%인데 구직 단념자와 취업준비생까지 합치면 실업률이 7.5% 정도로 올라간다. 한편에서는 기업들은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다. 기업들 모집인원 중 2.5%(16만명)가량이 부족하고 그중 90%가 중소기업이다. 특히 제조업 분야는 매우 심각하다. 전체적으로 설비투자가 안 돼 고용이 되지 않는 경기적인 실업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구조적이나 마찰적 실업은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과거에 상고ㆍ공고를 나와 취직했던 사람들이 지금은 대학을 졸업하다 보니 눈높이가 맞지 않아 미스매치되는 측면이 크다. 장기적으로 복지ㆍ근로연금 등이 해결돼야 할 과제지만 단기적으로는 중소기업 복지 여건 향상이 필요하고 기금 형식의 세제 혜택을 줘 눈높이를 맞추면 구조적인 마찰이 없어질 것이다. 또 그 지역에서 대학을 나온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사회=마지막으로 당부하실 말씀이 있다면. ▦김 연구위원=요즘 출구전략도 이야기 나오고 경제정책에 대해 사람들이 많이 기대도 하고 실망도 한다. 다만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정책이라는 것은 경제 진폭을 키우려는 게 아니라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하게 하려는 도구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위기 상황에서의 적극적인 정책은 경기를 띄우기 위한 것이 아닌 안정화시키려는 의도다. 확장정책과 출구정책에 대해 이해를 하면서 합의를 도출해야지 거기에 대해 찬반으로 나뉘는 것은 곤란하다. ▦장 실장=서비스 산업 쪽으로 가는 것에 대해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에는 실물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던 금융을 산업으로 키우는 과정에서 금융위기가 터졌다. 위기가 터져 중단된 부분도 있다. 금융에 대해 실물 지원을 어떻게 강화할 것이냐 아니면 독립적인 산업으로 키울 것이냐를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 결정해야 할 것이다. 사실 서비스산업 육성 이야기는 10~20년 전에도 나왔던 것이다. 추진력을 갖고 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 ▦조 센터장=2013~2014년이면 우리나라 소비 주력인구인 40대가 정점에 이른다. 또 미국ㆍ중국 등의 보급률 사이클을 봤을 때 포화 상태에 이르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때는 때마침 우리에게 시장이 됐던 중국ㆍ인도 등이 우리의 시장을 빼앗아 먹는 모습으로 바뀔 것이다. 우리가 대비해야 할 것은 미국발 쇼크, 중국발 쇼크가 아니라 2010년 중반 도래할 우리 자체의 구조적인 위기다. 과연 그 시기까지 어떤 것들을 준비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 장민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 ▲1965년생 ▲서울대 경제학과 ▲미 미시간주립대 경제학박사 ▲한국은행 금통위원 보좌역 ▲한은 조사국 조사총괄팀 ▲한은 뉴욕사무소 워싱턴주재원 ▲한은 정책기획국 정책총괄팀 ● 김현욱 KDI 선임연구위원 ▲1967년생 ▲서울대 경제학과 ▲미 콜럼비아대 경제학박사 ▲한국은행 조사부 및 총재 비서실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조사총괄팀 ▲KDI 경제동향ㆍ경제전망 총괄 ▲금융위원회 G20 민간자문단 자문위원 ▲미래기획위원회 금융분야 자문단 자문위원 ●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1966년생 ▲고려대 경영학과 ▲동 대학원 경영학석사 ▲대우경제연구소 연구원 ▲대우증권 애널리스트 ▲메리츠증권 리서치팀장 ▲CJ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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