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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교육은 ‘총선大計’?
입력2003-07-07 00:00:00
수정
2003.07.07 00:00:00
지난달 23일 오전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실.
여야 의원들은 이재정(민주당)ㆍ김정숙(한나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과 지난 4월 각각 발의한 유아교육법안을 심의한 뒤 “유아교육법안 심의는 당분간 보류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회 회기와 내년 총선 등 저간의 정치 사정 등을 감안할 때 적어도 16대 국회에서는 유아교육법을 처리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였다.
1997년 처음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후 지금까지 6년여동안 폐기와 재발의를 거치면서 진통과 논란을 거듭해 온 유아교육법 통과가 사실상 물건너간 것이다.
유아교육법 제정을 강력 요구해 온 유치원들과 관련 단체, 학계, 시민단체, 전교조 등은 이에 대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반면 유아교육법 추진에 반대해온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과 사설 학원들은 “당연한 결과”라며 반겼다.
그러나 대다수 유아교육 전문가들은 “5세 이하 유아교육기관은 교육과 보육 기능을 통합하는 것이 대세인 상황에서 유아교육법 제정은 반드시 필요한데도 의원들이 내년 총선을 의식해 직무를 유기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 이해단체 눈치
우선 의원들이 법 제정의 당위성과 필요성 등을 꼼꼼히 따지기보다는 이해 단체의 눈치를 지나치게 의식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관련 법 제정이냐, 아니면 완전 폐기냐를 명백히 결론 내렸어야 했지만, 이 경우 어느 한쪽의 집중타가 부담스러워 결론을 유보하는 소극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사실 이 법안 심의에 앞서 유치원과 보육시설, 학원 등 이해단체들은 저마다 채널을 동원해 `통과`와 `저지`를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찬반 논리도 물론 제각각이었다.
유아교육법안은 유치원을 공공교육기관인 유아학교로 바꾸고 법률 체계도 기존 초ㆍ중등교육법에서 독립시키자는 내용이 핵심이다. 유아학교에서는 3~5세 어린이를 맡아 보육과 교육을 동시에 실시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이에 대해 한국보육시설연합회 등 보육업계와 사설 학원 등에서는 “유아학교 명칭을 사용하면 학부모들이 꼭 보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아 보육시설과 학원을 다니는 3~5세 어린이들이 대거 옮겨 갈 것”이라며 “이 경우 현재 0~5세를 맡고 있는 어린이집에는 0~2세 영유아만 남게 되며, 장기적으로는 유아학교_초등학교_중학교_고교_대학교의 체제가 굳어져 버릴 것”이라며 반대했다.
하지만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등 유치원계는 “유치원 관련 법 규정이 현행 초ㆍ중등교육법에 포함돼 있어 법률의 독립화가 절실하다”며 시민단체 등의 지지를 등에 업고 법안 통과를 밀어붙였다.
■ 논란 가열될 듯
유아교육법 심의 보류 결정에 따라 이 법안을 둘러싼 이해단체간 공방은 앞으로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유치원계에서는 벌써부터 심의 재개를 강력 요구하고 있으나 보육시설쪽에서는 “법 제정은 안된다”며 의원들을 압박하고 나섰다.
유아교육법 제정을 둘러싼 쟁점은 뚜렷하다. 유치원들은 유아교육을 공교육화 해 동일한 연령의 유아가 동질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현재 교육인적자원부가 관할하는 유치원과 보건복지부가 관장하는 어린이집을 한 부처, 즉 교육부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보육시설과 학원들은 펄쩍 뛰고있다. 유치원만 유아학교로 개편할 경우 어린이집과 학원은 유아 모집이 어려워 고사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복지부도 “유아 정책은 교육 뿐 아니라 저소득층 복지 정책 등과도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보육시설측을 적극 두둔하고있다.
■ 법 제정 여부 결론 내려야
전문가들은 이해단체의 갈등으로 유아교육법안이 장기 표류할 위기에 처한 것은 유아들의 미래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흔들리는 유아교육의 해법은 `유치원 공교육화`이며, 이 같은 관점에서 유아교육법안이 다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문용린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유아 보호와 교육의 통합이 세계적인 흐름임을 고려할 때 유치원이 초·중등교육법을 적용 받는 것은 옳지 않다”며 “유아교육법 제정을 통해 유치원 공교육화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각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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