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역사 어떻게 시작됐을까 '화폐의 역사'(캐서린 이글턴 외 지음, 말글빛냄 펴냄)인류 최초의 원시화폐서 현재의 기축통화 달러까지 다양한 돈의 진화 정리 장선화 기자 india@sed.co.kr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고리대금업자인 남편이 탁자 앞에 앉아 신중하게 동전의 무게를 재고 있다. 부인은 남편의 왼편에 앉아 기도서를 펴 놓은 채 남편의 행동으로부터 눈을 떼지 않고 있다. 그림은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된 쿠엔틴 마시스의 작품 ‘고리 대금업자와 그 부인’(1514)이다. 16세기 유럽에서 가장 부유했던 네덜란드 상인들의 일상을 그린 그림 속에는 돈의 의미가 단편적으로 담겨있다. 별다른 교감이 없어 보이는 부부의 시선은 탁자 위 금화에 쏠려있어 부부간의 신뢰가 돈으로 인해 미묘하게 갈등을 빚고 있으며, 기도서를 보는 둥 마는 둥 하는 부인의 모습에는 돈에 한눈에 팔려 종교도 관심밖인 사람들의 속내가 희화적으로 드러나 있다. 그림에서 읽을 수 있듯 돈은 인간 세상의 초점이다. 종이와 금속에 지나지 않지만 돈은 늘 인간을 지배할 정도로 중요했다. 인류의 역사와 가장 밀접히 붙어있는 화폐는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영국 대영박물관의 근대 화폐와 로마화폐 그리고 철기시대 주화 전문 큐레이터들이 쓴 ‘화폐의 역사’는 인류 최초의 원시적인 화폐에서부터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달러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화폐의 역사를 소개한다. 금융 및 상업활동에 관한 문서기록이 처음으로 발견된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문명으로 거슬러 올라가 에게 문명과 지중해, 중세유럽, 이슬람 국가, 인도, 중국, 아프리카, 오세아니아의 토착 화폐까지 고대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 화폐의 발달사를 따라간다. 서부 소아시아의 리디아 왕국에서 금과 은의 자연합금인 일렉트럼(electrum)을 이용해 만든 서양의 첫 주화, 10세기 처음 등장한 지폐, 16세기 나사프레스를 이용한 주화 생산의 기계화, 1950년 모습을 드러낸 신용카드, 유럽 단일화폐 유로의 탄생 등 다양한 돈의 역사가 등장한다. 이슬람 세계의 경우 돈은 종교ㆍ정치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슬람 문명에서 성립된 윤리체계는 세속 공동체의 요구와 함께 세금의 효율적인 징수, 영리, 활동의 성공적인 편성 등 국가의 경제적 요구를 조화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슬람 세계에서는 금융거래에서 철저하게 도덕성을 중시했는데, 금융거래를 관장했던 관리들은 이슬람의 율법에 대한 지식을 기준으로 임명했다. 주화의 무게와 치수를 측정하고 위조품을 검사하는 일까지 이들의 몫이었다. 중국과 동아시아의 화폐를 소개하면서 1097년 한국에서 발행된 해동통보와 1633~1887년 통용됐던 상평통보에 대한 언급도 찾아볼 수 있다. 책은 단순히 화폐가 어떻게 발달해 왔는지를 추적하는데 그치지 않고 정치ㆍ사회ㆍ경제ㆍ문화ㆍ종교적 맥락에서 돈의 의미를 정리했다. 고대부터 현재까지 등장했던 화폐의 역사가 돈과 관련된 그림과 벽화 등 화려한 도판과 함께 펼쳐진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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