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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와 talk, talk] 정광춘 잉크테크 사장

IT로 시작해서 NT기술까지 보유 "20~30년뒤엔 BT기업 될것"


정광춘(54) 잉크테크 사장의 말은 청산유수와도 같았다. 어떤 질문을 던져도 답변에는 주저함이 없었고, 호쾌한 웃음소리는 소탈하고 꾸밈이 없었다. "너무 오랜만에 얼굴 보여주시는 것 아닙니까" 하고 원망(?)조로 묻자, "그러게요. 인터뷰를 안 한 것이 어디 보자… 2년이 넘었네요" 하며 씽긋 웃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프린터 리필잉크를 생산하고, 신소재인 투명전자잉크를 개발하면서 인터뷰 단골손님이었던 정 사장. 그는 2년간 어떻게 지냈을까. "투명전자잉크의 대량생산을 위해 평택 포승단지에 공장을 지었는데 장비제조업체에 문제가 생겨서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라고 설명하던 그는 "(이 문제로) 머리카락도 많이 빠졌다니까요" 하고 고개를 숙여 정수리를 보여줬다. 결국 포승공장은 장비제조업체를 바꾸는 우여곡절을 겪고서야 준공됐다. 그는 "시간과 돈을 많이 날렸지만, 시행착오를 겪으며 배운 것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 투명전자잉크 호성케멕스에 첫 공급 -투명전자잉크 양산을 시작한 후 최근 첫 공급계약을 땄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화학용품 제조업체인 호성케멕스와 6개월 계약을 맺었죠. 지금까지 휴대폰 케이스는 크롬으로 코팅했어요. 크롬은 환경오염 때문에 규제되는 추세잖아요. 이거 대신 플라스틱에 도금공정 없이 투명전자잉크를 입혀서 금속망을 형성시키는 것이죠. 은(銀) 소재라서 항균 기능과 원적외선 차단 기능도 있어요. -그러면 최종적으로 어느 회사 휴대폰에 적용되는 거죠? ▦(웃으며) 그건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에요. 최종 공급계약을 아직 안 맺었으니까. -투명전자잉크는 어디어디에 쓰일 수 있나요. ▦(두 손을 벌이며) 무궁무진하죠. 투명전자잉크는 전도성이 뛰어난 은으로 만들어서 RFID(무선인식)태그안테나, PCB(인쇄회로기판), 디스플레이 등에 다 적용할 수 있어요. 그 중에서 아무래도 PCB시장이 가장 크죠. 웬만한 가전제품에 다 들어가니까. PCB는 쉽게 말하면 회로를 프린터로 찍어내는 거에요. ● '잉크젯' 쓰면 공정 줄어 투자비 절감 -시간이 훨씬 단축되겠네요. ▦그렇죠. 잉크젯 방식을 쓰면 기존에 6단계이던 공정이 프린팅, 열처리 등 2단계로 확 줄거든요. 제품 사이클이 짧아진 요즘 같은 소량 다품종 시대에 얼마나 효율적입니까. 오늘 아이디어도 오늘 바로 제품으로 뽑을 수 있으니 초기 투자비용이 크게 줄어들겠죠. -그렇게 좋은데 왜 당장 쓰이지 않죠? ▦신뢰 때문이에요. 새 소재가 등장하면 신뢰성을 확인할 때까지 잘 안 쓰거든요. 리스크를 떠안기가 부담스러우니까. 그래서 우리가 직접 해서 보여줘야 해요. 포승 생산라인도 그래서 만든 거고요. 대신 나중에 생산자가 나오면 원료에 설비까지 턴키로 팔 수 있어요. 당장은 아니라도 성공을 확신해요. 생각해보세요. 확신이 없으면 매출 310억원 하는 회사가 150억원을 때려넣지 못하죠. 2009년이면 프린터 잉크와 매출비중이 5대 5는 될 거에요. -92년 프린터 리필잉크에서 지금의 투명전자잉크까지, 사업영역을 계속 넓히셨잖아요. ▦리필잉크는 잉크의 대체품이에요. 대체품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죠. 새 프린터가 개발돼야 새 상품이 나오니, 종속품 아닙니까. 그래서 사업 설정을 다시 했지요. 리필잉크로 세계 최고가 되긴 어렵다. 기술력으로 승부내자. 사무용잉크는 잉크 카트리지 리필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잉크충전장비를 만들었어요. 잉크통을 씻고, 잉크를 채우고, 테스트까지 한꺼번에 할 수 있는 기계죠. 옥외 광고용으로 쓰는 LFP잉크 같은 산업용잉크도 만들었고. 그리고 나선 전기 통하는 것도 해보자, 하고 투명전자잉크 사업에 뛰어든 거에요. ● 항균제품 개발등 기술력으로 승부 -항균 제품도 만드셨죠? ▦제 발 무좀에 우리가 은을 넣어서 개발한 나노항균제를 한번 발라봤거든요. 까맣게 딱지가 생기더니 며칠 뒤 떨어지면서 낫더라고요. 발 냄새도 없어지고. -몸에 직접 실험(?)을 하셨단 말이에요? ▦(웃으면서) 그럼 어디다가 해봐요? 군인들 양말이나 거즈, 밴드 같은데 적용하면 좋을 텐데. 그건 의약품이라고 식약청 허가를 받아야 되더군요. 특히 거즈, 밴드는 보통 항생제를 발라놓는데 2년이면 없어져요. 우리 것은 100번 세탁해도 그대로인데. ● 철저한 실패분석이 성공의 밑바탕 -대기업 연구직을 마다하고 사업을 시작하셨지요. ▦그땐 집에서도 혼나고, 교수님께도 혼나고. 30대는 힘들었어요. 연구소를 차렸다가 연구소로는 돈이 안 된다는 걸 알고 기업을 차렸고, '쟁이'의 한계를 알았죠. 타자 오자를 고칠 때 쓰는 수정액을 만들었는데, 이름을 '타자수정'을 따서 '자수정'이라고 지었거든요. 사무용품 구입하는 여직원들 눈에 그 이름이 어디 들어왔겠어요? 망하는 첩경으로 갔지. 덕분에 잉크테크 할 땐 이름부터 지었잖아요. 물건 만들면서, 판로도 개척하고, 동시에 공장도 짓고. 해외 나갈 때도 미국ㆍ유럽 선진국 공략한 뒤에 중진국, 후진국에 시장 형성되는 타이밍 맞춰서 들어갔고. 실패를 철저히 분석한 게 성공의 밑바탕이 된 거죠. -잉크테크는 미래에 어떤 모습일까요. ▦IT기업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나노기술(NT)을 가진 기업이 됐죠. 20~30년 뒤는 바이오기술(BT)이 중심이 될 거라고 봐요. 잉크테크도 바이오기업으로 나아갈 겁니다. 전 신념을 가지고 하면, 되는 일이 보이고, 결과도 따라온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길을 뚫어가는 건 신념이 있다면 이뤄진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프린터 리필잉크 첫 생산… 작년 매출 310억

잉크테크는 지난 92년 전자산업용 잉크제품 제조 업체로 설립돼 국내 최초로 프린터 소모품의 리필 개념을 도입했다. 잉크테크의 리필잉크는 리필 산업에 대한소비자의 인식 자체를 바꾸는데 성공했고, 회사의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잉크테크는 2002년 2월 코스닥 등록 후 잉크젯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 분야에 뛰어들었다. 현재 가장 역점을 두는 사업은 전자재료(투명전자잉크) 사업이고, 이 밖에 항균사업, 사무용잉크, 산업용잉크 등의 사업부문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약 310억원이었으며, 이 가운데 해외매출이 3분의 2를 차지했다. 특히 지난해는 투명전자잉크에 대한 시설투자로 창사 이래 처음 적자를 기록했으나, 신산업인 전자재료사업 부문의 성과가 나타나면서 내년부터는 흑자 폭이커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전체 직원(240명)의 20%가 연구개발(R&D) 인력으로 포진하고, 매년 매출액대비 15%내외를 R&D 비용으로 투자할 만큼 철저한 연구중심의 회사를 운용해 대표적인 R&D기업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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