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경사는 참고인 조사를 받기 전 자신의 휴대전화에서 통화기록과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하는가 하면 조사를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하도록 항의하는 등 치밀한 모습을 보였다.
28일 전북 군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정 경사는 지난 24일 실종된 이모(40)씨가 ‘정 경사를 만나러 갔다’는 가족의 진술에 따라 25일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이날 근무를 마치고 오후 7시께 조사를 받기 시작한 정 경사는 조사가 자정을 넘어가자 격하게 항의하며 귀가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경찰이 압수한 휴대전화와 차량 블랙박스에는 이미 삭제가 돼 결정적인 증거가 없었다.
이후 정 경사는 “보내주지 않으면 강압 수사로 고소를 하겠다”면서 격하게 항의했고 별다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경찰은 정 경사를 보내 줄 수밖에 없었다.
참고인 조사의 경우 조사 당사자가 원하지 않으면 야간에 할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의도적으로 항의를 한 것이다.
또 조사받을 당시 얼굴에 난 상처에 대해서 캐묻자 태연히 거짓말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정 경사의 얼굴에는 누군가와 싸운 듯한 손톱자국 모양의 흉터가 있었고 왼쪽 눈 밑에 5㎝가량의 긁힌 상처가 있었다.
조사를 담당한 수사관이 흉터에 대해 묻자 정 경사는 “손톱자국 모양의 상처는 낚싯바늘에 다친 상처고 눈 밑 상처는 낚시하다가 나무에 긁힌 것”이라고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정 경사는 이후 행적도 주도면밀한 모습을 보였다.
조사를 마친 정 경사는 자신의 차를 몰고 강원도 영월로 향했고 한 고가 다리 밑에 자신의 차를 주차해 놨다.
그 뒤 대중교통을 이용해 대전과 전주를 거쳐 군산으로 돌아와 도주 시간을 벌었다.
군산에 도착해서도 자신의 고향인 임피면 방향으로 가지 않고 반대 방향인 회현면으로 택시를 타고 이동해 경찰 수사망을 따돌렸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정 경사가 알리바이를 만들거나 수사에 혼선을 줘 도주 시간을 벌려고 강원도에 차량을 가져다 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강원도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군산으로 돌아온 점도 경찰의 특성을 잘 파악해서 한 행동 같다”고 말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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