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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에 휘둘리고 정쟁에 치이고… 에너지안보지수 30계단↓

[전환기 에너지시장 새 활로를 찾아라] <1> 전략 부재의 한국

국가 명운 걸린 온실가스 감축계획 19일만에 급선회

국민도 '환경은 善 원전은 惡' 이분법적 인식 벗어나야

단기성과 연연말고 신재생 등 성장동력 키울 전략 절실


지난 6월 말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오는 203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7%로 확정했다고 발표하자 여론은 술렁거렸다. 앞서 제시한 4개 안(감축목표 14.7~31.3%)보다 훨씬 강화된 새로운 안이 고작 19일 만에 급조돼 나왔기 때문이다. 국가의 명운을 걸고 30년 대계여야 할 에너지 중장기 전략이 손바닥 뒤집듯 바뀐 것이다. 자원 빈국이자 에너지 다소비 국가임에도 에너지 정책이 얼마나 근시안적이며 부실한 기초 위에 서 있는지 확인시켜준 사례다. 연속성을 가져야 할 에너지 정책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바뀌는 바람에 가뜩이나 요동치는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은 더 쪼그라들고 있다. 에너지 가격 현실화, 신재생 및 에너지 신산업 중심의 정책, 점진적인 산업 구조조정 등 특단의 변화가 수반되지 않으면 '끓는 물속 개구리'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는 이유다. 김정인 중앙대 교수는 "당장 저탄소 기조의 기후변화 정책과 맞물려 에너지 정책 전반의 로드맵을 다시 짜야 한다"며 "현재와 같은 에너지 다소비 구조로는 바뀌는 에너지 패러다임 속에서 경쟁력을 잃고 서서히 죽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에너지 확보 전쟁 속 뒷걸음질치는 한국=필요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조달하기 위한 각국의 노력은 전방위적이다. 유럽 선진국들은 신재생에너지 투자에 적극적인 반면 개발도상국들은 여전히 화력발전설비 건설에 힘쓰고 있다. 원전을 놓고서도 독일·스위스 등은 탈원전 입장인 반면 영국·프랑스·미국을 비롯해 중국 및 인도, 심지어 중동 국가들은 원전 건설에 찬성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 타결에도 에너지 이권이 깊숙이 결부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인식이다. 하지만 우리의 에너지 안보는 참담한 수준이다. 세계에너지협회(WEC) 에너지지속성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에너지안보지수는 127개국 중 103위(2013년 기준)에 그쳤다. 2년 전인 2011년의 73위보다 무려 30계단이나 내려앉았다. 에너지 어젠다가 얼마나 뒷전에 밀려났는지 드러나는 대목이다.

◇가격 현실화 통해 신재생에너지 신산업 키워야=자원 빈국인 우리나라는 가격 등 에너지 정책 구조를 세계 에너지 시장과 연동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희망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앞으로 석탄발전은 축소되고 원전도 전망이 불투명하다. 기존 전력 정책으로는 에너지 경쟁력 확보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석광훈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은 "낮은 전기요금으로 밀어줬던 전력 전방산업은 성장동력을 잃어가고 있다"며 "스마트그리드(SG), 이산화탄소포집저장(CCS) 등 첨단산업으로 정책 중심을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도 "국제 유가가 떨어지면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과 정책도 흔들리고 있다"며 "신재생에너지는 통상 20년 이상 투자해야 성과를 볼 수 있는 만큼 단기 성과에 급급해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다.



◇원전·자원개발 등 장기 로드맵 절실=에너지 이슈는 산업·환경 등과 연계돼 있어 근시안적으로 접근해서는 실타래만 더 꼬이게 된다. 현실에 바탕을 둔 조화로운 정책이 마련돼야 하는 이유다. 산업계는 에너지 효율화와 연구개발에 힘써야 하고 국민들도 '환경은 선(善), 원전은 악(惡)'과 같은 이분법적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온탕냉탕을 오가는 에너지 정책으로는 시장격변기 대응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에너지 정책이 바뀌는 통에 큰 그림을 그리고 추진해나가기가 어렵다"며 "타 분야와의 조화로운 발전 방안을 모색해야 미래지향적 로드맵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위축된 자원개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열 곳을 뚫어 한 곳에서만 경제성 있는 석유와 가스를 개발하면 '대박'인데도 단기적인 결과만을 놓고 성공과 실패를 가른다면 자원 자립의 길은 요원하다. 에너지 분야에 정통한 한 전직 고위관료는 "정치논리에 편승한 감사원 감사와 검찰 조사는 카타르시스를 안길지는 몰라도 어렵게 축적한 노하우와 인맥을 사장시킬 것"이라며 "이런 판국에 누가 나서서 자원개발에 모험을 걸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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