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1961년생인 김병호 은행장 직무대행을 신임 행장으로 선출했다. 임추위는 통합 작업 가처분 승인으로 혼란스러워진 그룹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안정을 선택했다. 예상 밖의 인물을 택했다면 또 다른 형태의 잡음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행장의 선임이 지닌 의미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우선 봐야 할 것이 차기 구도에 대략적인 윤곽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김 행장은 일찌감치 그룹의 차세대 리더로 낙점돼 체계적인 경영수업을 받아온 인물이다. 김종준 전 행장 선임 당시에도 유력한 행장 후보로 거론됐을 정도다.
이력은 화려하다. 뉴욕지점장, 지주 최고재무전문가(CFO), 하나은행 경영관리총괄, 마케팅 부행장 등 은행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하나금융의 굵직굵직한 이벤트에도 모두 관여해왔다. 지주사설립, LG카드 인수작업, 론스타와의 외환은행 인수협상 등이 모두 김 행장의 손을 거쳤다.
항간에는 김승유 전 회장의 라인이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김정태 현 회장과의 관계도 우호적이다.
김 행장은 굳이 따지자면 '전략통'으로 분류된다.
동시에 최연소 타이틀을 늘 달고 다녔다. 뉴욕지점의 경우 그룹 내 최대 라이벌인 이현주 외환은행 부행장보다 먼저 다녀왔다.
물론 내부적으로는 50대 중반 행장의 전통을 이어받았다. 김종열 전 행장이 만 53세에 행장을 지냈고 김승유 전 회장도 만 54세에 행장에 올랐다.
하지만 당시에는 '투자금융' 풍토가 남아 상대적으로 젊은 조직이었던 반면 지금은 엄연한 4대 금융그룹에 올랐다는 점에서 발탁이라는 평가가 타당하다.
실제로 김 행장은 다른 시중은행장들(이광구 우리은행장·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 1957년생, 권선주 기업은행장, 김한조 외환은행장 1956년생)뿐만 아니라 하나은행의 여러 부행장들보다도 어리다.
초대 통합은행장 이슈는 김 행장의 선임을 읽는 또 다른 키워드다. 지금까지는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초대 통합은행장으로 유력했다. 그러나 외환은행 노조의 가처분 신청으로 통합작업이 멈추면서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이우공 부사장 등 실무진이 물러난 상황에서 외환은행 노조와의 관계 설정의 최전선에 있었던 김 행장의 책임론을 피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통합을 주도해온 실무자들의 날개가 꺾인 상황에서 김 행장이 어떤 역할을 설정해나갈 지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