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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고향 가보나"
입력2000-04-10 00:00:00
수정
2000.04.10 00:00:00
최석영 기자
오늘 전격 합의된 남북정상회담 시민반응오랜 가뭄끝에 단비가 내린 10일 오전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전격합의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은 남북간의 벽을 허무는 전기를 마련했다며 크게 환영하고 설레임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실향민 이산가족들은 『이번에는 꼭 성공을 거두어 북녘에 있는 친척들의 생사라도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 죽기전에 고향에 갈 수 있다면 여한이 없겠다』며 입을 모았다.
6·25 때 어머니를 북에 두고 월남했다는 이정배(75·대전시 중구 삼성동)씨는 『이제는 돌아가셨겠지만 어머니의 모습을 50년이 넘도록 한시도 잊어 본 적이 없다』며 『생전에 어머니 묘소에 제사를 지낼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몹시 설레인다』고 눈물을 흘렸다.
고향이 황해도 해주라는 김정한(78·서울시 도봉구 쌍문동)씨는 『정상회담 성사는 분단 반세기만에 이뤄진 온 민족적 최대경사』라며 『그동안의 남북접촉이 번번이 국민들을 실망시켰으나 이번에는 이산가족상봉 주선 등 쉬운 문제부터 풀어나가는 대타협으로 역사와 통일의 물줄기를 틔워주길 바란다』고 간절히 고원했다.
홍성오(洪成五) 이북도민회 사무총장은 『남북정상이 만난다는 것은 당국간 협의가 진행된다는 의미로 환영하며 도민회원들의 소원인 이산가족 교류가 이뤄지길 바란다』며 『경제협력을 통해 남북이 상호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회사원 권태혁(34)씨는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남북관계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며 남북이 소비적인 군비경쟁을 지양하고 이 자금을 국토개발 등에 투입한다면 우리도 세계가 부러워하는 일류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으나 광주에 사는 임형종(30·회사원)씨는 『금방이라도 통일될 듯한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정상회담에 전폭지지를 보내는 것은 노동계와 운동권학생도 마찬가지다. 김영제 민주노총 통일국장은 『남북화해는 정치적 행사에 그쳐서는 안되며 남북한 민중의 권익이 보장되는 것이 핵심이라며 남북한 정상간의 만남을 계기로 자주적인 통일국가의 기초가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광운대생 최한욱(27)군은 『정상회담이 성공하려면 국가보안법 개정이나 주한미군 문제같은 남북관계의 민감한 사항에 대한 우리측의 성의도 뒤따라야 한다』며 『남북이 정권의 이익을 위해 회담을 하던 과거와는 달리 이번 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정착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총선을 코 앞에 둔 시점에서 나온 정상회담발표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경실련 이석연(李石淵) 사무총장은 『남북정부 당사자간 교류의 물꼬를 트는 정부의 노력은 높이 평가하지만 발표시기가 총선을 코 앞에 두고있어 남북관계를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의구심도 든다』고 지적 했다.
최석영기자SYCHOI@SED.CO.KR
한영일기자HANUL@SED.CO.KR
입력시간 2000/04/1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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