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의 급락이 저가 매수의 기회냐, 아니냐를 두고 미국 뉴욕 월가에서도 찬반 양론이 분분하다. ‘가치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매수 확대를 권고하고 일부 낙관적 펀드매니저들은 세계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튼튼하기 때문에 지금이 살 때라고 주장한다. 이에 비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추가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대란 와중에도 금융주에 대한 투자를 늘려 주목을 받고 있는 버핏 회장은 최근 급락장이 매수 기회라는 자신의 소신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버핏 회장은 16일(현지시간) 미국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일반적으로 금융시장 대혼돈(카오스)이 발생할 때 진정한 기회가 온다”며 “혼란이 발생할수록 잘못된 가치 산정이 일어날 소지가 많다”고 말했다. 최근의 주식시장 급락으로 일부 종목이 실제 가치보다 더 싸졌으며 이로 인해 진정한 매수 기회가 왔다는 주장이다. 버핏 회장의 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지난 6월30일 기준으로 미국 2위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주식 870만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BOA 지분을 언제 인수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이전까지 버크셔 해서웨이는 이 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적이 없다. 버핏 회장의 이 같은 공격적인 태도는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버크셔 해서웨이의 재정 상황과도 관계가 깊다. 2ㆍ4분기 현재 버크셔는 460억달러라는 엄청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적당한 투자처만 나타나면 지분 투자든 기업 인수든 거리낄 게 없다. 반면 신용경색에 따른 자금조달 비용 증가로 사모펀드들의 차입매수(LBO) 기회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여유자금이 넘쳐나는 버핏 회장이 ‘주가 급락은 저가 매수 기회’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이와 함께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 회장도 지난 2ㆍ4분기 광산ㆍ금속ㆍ정유주 등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늘렸다고 15일 공개했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는 지난 분기에 알루미늄 회사인 알칸 4,700주, 알코아 1만1,000주를 보유주식에 추가했다. 여름 시즌 유가가 오르기 전에 엑손모빌 1만3,000주, 셰브런 5,000주, 코노코필립스 43만2,000주도 발빠르게 사들였다. 펀드매니저들의 낙관론도 여전하다. 메릴린치가 세계 펀드매니저 181명을 대상으로 지난 2~9일 실시한 월간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11%가 ‘현재 세계 주식시장이 저평가 상태’라고 답했다. 이는 한달 전보다 3%포인트 높은 수치다. 반면 FT는 저가 매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FT는 16일 ‘쇼트 뷰’ 칼럼에서 추락장세와 관련, ‘월가에 피가 흥건하면 사야 한다’와 ‘떨어지는 칼날을 잡아선 안 된다’는 속설이 있다며 아직 주식을 사들이기에는 피가 덜 흥건하다고 주장했다. 뉴욕 증시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가 15일 한달 전 최고치에서 8%가량 떨어졌지만 지난 1996년에서 2000년까지 지속된 강세장이 종료될 당시 이보다 큰 급락장세가 7차례나 있었다는 것. 조정의 골이 더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말이다. 또 밸류에이션이 오히려 오해될 만한 신호를 주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S&P500 편입기업들의 실적 대비 주가이익비율(PER)은 16.46배로 지난 5년 평균인 21.8배를 밑돌아 매수 신호를 보이는 듯하지만 기업 실적은 주기를 갖고 있으며 만약 기업들의 실적 사이클이 현재 최상이라면 앞으로 떨어질 날들이 남았고 이는 매수 기회가 된다는 설명이다. 일부 ‘매우’ 선택적인 투자자들에게는 매수 기회이기도 하겠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직 주식을 살 때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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