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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치(投痴)

치(痴)는 `어리석은 사람, 바보`라는 뜻을 가진 접미사이다.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하면 `음치`, 춤을 못 추면 `몸치`라고 부른다. 잘 노는 것이 개인의 경쟁력으로 평가되는 세상에서 음치ㆍ몸치들의 사회생활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음치ㆍ몸치보다 괴로운 것이 길눈이 어두운 길치다. 길치는 어디를 한번 가려면 지도를 펼쳐놓고 몇 번이고 도상연습을 해야 한다. 그래도 길을 잃고 헤매기 일쑤다. 심지어는 여러 번 다닌 길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도로에만 나서면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지고 머릿속은 하얗게 변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투자의 세계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투치(投痴)다. 투자는 경제흐름의 오르막과 내리막, 직진과 유턴을 잘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투치들은 돈이 흐르는 방향에 대한 감각이 없다. 사야 할 때 팔고, 팔아야 할 때 산다. 길치들이 왼쪽으로 가야 할 때 오른쪽으로 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들은 주위에서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큰 재미를 본 사람들이 있다는 말에 솔깃해 투자에 나서지만 대부분 막차를 타기 일쑤다. 뒤늦은 상황판단으로 상투를 잡고는 자신의 운 없음을 한탄한다. 음치ㆍ몸치ㆍ길치와 달리 투치들은 스스로의 어리석음을 인정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음치ㆍ몸치ㆍ길치는 선천적이지만, 투치는 후천적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투자의 성공 여부는 지적 능력과 관계가 깊다는 편견이다. 그래서 잘되면 실력이고 잘못되면 운이 없었기 때문으로 돌린다. 하지만 치는 대부분 타고나는 것이다. 유전적 요소가 강하다. 음치들이 특정 곡을 집중적으로 연습하고, 몸치들이 머릿속에서 가수들의 몸동작을 외운다고 해도 어리석음을 완전히 떨치기는 어렵다. 길치도 마찬가지다. 수십 번을 다녀서 눈을 감고도 찾아갈 수 있는 곳이라도 도로의 선이 조금만 바뀌면 초행길이 된다. 투치도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투자의 세계만큼 동물적 감각이 필요한 경우도 없다. 치자(痴子)들이 노력만으로 어리석음을 완전히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봐도 타고난 소질이 있는 사람들을 따라가기가 버겁다. 또 같은 치자라고 해도 음치ㆍ몸치ㆍ길치에 비해 투치의 고통은 더 크고 위험하다. 지금과 같이 증시나 부동산이 머니게임의 양상을 보일 때는 더욱 그렇다. 투자의 세계에서 길을 잃었던 경험이 있다면 스스로 투치임을 인정하고 투자는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한다. 투치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투자에 나서는 것은 길치가 안내자 없이 초행길을 가는 것과 같다. <채수종 <증권부 차장> sjcha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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