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청이 그동안 부실 논란이 일었던 창업 통계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나섰다. 중기청은 창업 현실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통계가 없어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연간 100만여개에 이르는 창업기업의 실태를 분기별로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기로 했다.
15일 청와대와 중기청·통계청 등에 따르면 중기청은 내년 1·4분기부터 '전국 창·폐업 동향(가칭)'을 집계·발표하기로 하고 국세청·통계청 등과 세부적인 절차를 협의하고 있다. 전국 창·폐업 동향에는 법인뿐 아니라 개인사업자 자료까지 포함된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 초부터 국내 창업 실태를 가장 빠르고(적시성)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대표성) 창업 통계가 마련될 예정이어서 법인과 개인사업자를 아우르는 창업 동향 파악과 즉각적인 정책 효과 분석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방안이 실현되면 국세청이 분기 단위로 사업자 과세 정보(납세자가 세법이 정한 납세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제출한 자료나 국세의 부과 또는 징수를 목적으로 업무상 취득한 자료)를 통계청에 넘기면 통계청이 여타 행정자료를 활용해 과세정보를 가공하고 중기청은 이를 바탕으로 업종별·연령별·지역별·규모별로 창·폐업 동향을 분석해 공표하게 된다.
이 경우 1·4분기 창·폐업 동향을 이르면 2·4분기 말에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시차가 약 3개월로 줄어들게 된다. 통계청의 기업생멸통계와 국세청의 국세통계연보 등 시차가 1년 이상 발생하는 기존 창업 통계와 비교하면 가장 적시성 있는 창·폐업 통계가 나오는 셈이다. 기존 창업 통계 가운데서는 중기청이 매달 말 발표하는 신설 법인 동향이 1개월 미만의 시차로 적시성이 가장 뛰어났으나 전체 창업의 10%에 불과한 법인 창업 현황만을 다뤄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창조경제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청와대에서 중기청과 통계청·국세청이 협업해 대표성과 적시성을 동시에 갖춘 창업 통계를 개발하도록 주문한 것이다.
다만 통계 공표시점이나 국가승인통계 지정 여부 등과 관련해서는 부처별로 이견이 엇갈리고 있다. 중기청은 내년 1·4분기 현황부터 분석해 늦어도 2·4분기 중으로 첫 통계를 발표하자는 입장이지만 통계청은 테스트 기간을 충분히 가질 필요가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국세 통계의 업종 분류는 표준산업분류 체계를 따르지 않고 있어 업종 분류를 일원화하는 작업 역시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입장이다. 또 국가승인통계 지정 여부와 관련해서도 중기청이 기존 통계와의 차별점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내부 정책 자료로 활용하는 수준에 그칠 수도 있다. 국가승인통계란 통계법에 따라 통계청의 엄격한 승인 절차를 거쳐 일정 주기로 집계·공표하는 통계다. 통계청의 승인을 거치지 않은 통계는 내부 자료로만 활용하게 돼 있다. 이와 관련, 통계청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중기청이 국가승인통계 신청 절차를 밟지 않은 터라 지정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면서도 "기존 창·폐업 통계와 차별점이 뚜렷해야 국가승인통계 지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기청은 이번 국세 자료 활용을 계기로 앞으로 중소기업 전반을 파악할 수 있는 통계를 작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정책 효과 분석 등을 중장기 과제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중기청의 한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는 중기청의 통계 가공·분석 역량을 키워 600만 중소기업의 DB를 자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중기청이 그리는 청사진"이라며 "DB를 통해 중기 정책 전반의 효과를 검증하고 정책을 만들어낸다면 명실상부한 중기 정책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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