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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코드 찾아라] (1부-2) 중국이 꿈꾸는 'G2 질서'

"새 패권국가냐, 美 협력적 파트너냐" 中행보 세계가 주목<br>2조弗 보유외환·차이나 머니 바탕으로 美중심 세계질서 거침없이 흔들어<br>원자바오 "G2는 잘못된 시각" 신중… 위안화 국제화 과속에 경계론도



지난달 3일 오전 중국 베이징(北京) 중난하이(中南海)의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집무실의 전화벨이 울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예고 없이 걸어온 전화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화로 "미ㆍ중이 앞으로 보다 광범위한 중대사안에 대해 협조와 협력을 강화하자"고 말했고, 후 주석은 "우리(중국과 미국)가 공감했던 다양한 구상들이 상당 부분 현실화되고 있다"고 화답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두 정상의 전화통화 내용을 즉각 공개했다. 미ㆍ중 정상이 이처럼 수시로 세계질서를 논의하는 관계로 발전했음을 과시하려는 속계산이 다분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는 미국과 중국의 'G2 시대'로 향하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회의도 G8회의도 다른 나라는 모두 들러리일 뿐, 관심의 초점은 온통 미국과 중국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미국이 쇠락한 반면, 중국이 급부상하고 있는 현실에 기인한 변화다. 중국은 강해진 힘을 바탕으로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를 흔들기 시작했으며, 차이나 머니는 전세계를 무대로 마구잡이로 기업사냥에 나서고 있다. 중국이 지향하는 'G2'는 무엇일까. 미국을 대신할 새로운 패권국가인가, 아니면 미국 중심의 질서 유지를 돕는 협력적 파트너인가. ◇강해진 중국, 약해진 미국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 강해졌고, 미국은 약해졌다. 중국의 강해진 힘은 2조달러에 육박하는 달러보유액과 7,400억달러 가량 매입한 미국 채권에서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이 올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을 잇따라 중국에 보내 "미국 국채를 팔지 말아달라"고 읍소한 것은 중국의 힘을 단적으로 드러내줬다. 중국은 올해 안에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은 세계2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설 전망이다. 중국과 일본은 올해 각각 8%와 -5.8%의 경제성장이 전망되고 있으며, 이 경우 올해 중국 GDP가 4조7,700억달러 이상에 달하고, 일본은 4조4,000억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과 일본 GDP는 각각 4조4,200억달러와 4조6,800억달러였다. 금융부문에서도 중국 은행들이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왔다. 공상은행은 이미 시가총액으로 세계 최대 규모가 됐고, 건설은행과 중국은행도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반면 미국계 은행은 JP모건체이스와 골드만삭스, 웰스파고 등이 10위권에 들었을 뿐, 과거 부동의 세계1위였던 미국 씨티은행은 순위표에서 아예 사라졌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중국은 올해 국방예산을 4,800여 억위안으로 전년보다 14.9% 증액해 군사강국의 길도 재촉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퇴조는 뚜렷해지고 있다.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 경제안전센터의 장융(江涌) 주임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에서 모두 중대한 손실을 입었다"면서 "금융부문에선 미국 5대 투자은행이 사라지고 상업은행이 큰 타격을 받았고, 미국의 군사부문 및 대외원조부문의 지출 축소로 영향력이 감소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 거침없는 미국 흔들기 중국은 이처럼 강해진 힘을 바탕으로 기력이 약해진 미국을 마구 흔들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의 저우샤오촨(周小川) 행장은 최근 한 포럼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미국의 과소비에 기인했고, 이에 대한 해결도 미국의 과소비 구조를 개혁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우 행장은 올해 초 미국 달러화를 대체할 '슈퍼 통화'의 창설 문제를 처음 들고 나선 장본인이다. 중국은 지난달 16일에도 러시아의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사상 첫 브릭스 정상회담을 주도하면서 "금융위기를 계기로 세계에는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며 다극화된 국제통화시스템이 있어야 한다"는 공동성명을 이끌어냈다.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를 흔드는 목소리였다.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도 가속화하고 있다.중국은 이달초 위안화 역외 무역결제 시범사업을 시행, 중국내 지정기업들이 달러 등 외환이 아닌 위안화로 홍콩과 마카오, 아세안 국가와 수출입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했다. 이에 앞서 중국은 지난달 후진타오 주석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갖고 상호무역에서 자국통화 결제를 확대하고 달러 비중을 줄이기로 합의했으며,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과도 이와 동일한 합의를 성사시켰다. 중국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중국은 위안화를 국제적 통화로 만들어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면서 "현재 위안화의 자유태환이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교역규모에 비춰볼 때 위안화가 세계 3대 통화 중 하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이나머니, 끝없는 식욕 최근 차이나머니 해외기업 인수에 대한 식욕은 철광석과 원유 등 원자재 기업에서부터 자동차, 유통기업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중국 시노펙(中石化)은 최근 스위스의 원유탐사업체 아닥스를 인수했고 페트로차이나(中石油)도 싱가포르 페트롤리엄을 사들였다. 또한 중국은 허머 및 볼보자동차 인수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확보했으며, 오펠 자동차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도 안산(鞍山)철강은 호주 철강업체 진달비메탈을 인수했고, 가전판매업체인 쑤닝(蘇寧)은 일본 기업을 사들였으며, 광둥성의 젠셩(健升)무역은 프랑스의 세계적인 패션브랜드 피에르가르뎅의 주요 사업부문의 인수를 추진중이다. 한국은행 베이징사무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기업의 국외 M&A 투자액은 170억7,000만달러로 전년에 비해 무려 3배 가까이 늘었으며,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지난해 4ㆍ4분기 국외 M&A 금액이 71억6,000만달러로 두드러졌다. 이 같은 차이나 머니의 폭식을 보며 '급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베이징의 한 경제 전문가는 "지난 1980년대 일본기업들은 미국의 엠파이어스테이트빌 등을 사들이는 등 물불을 가리지 않고 M&A에 나서다 경제가 붕괴됐었다"면서 "최근 중국의 모습이 이와 같은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도 없다"고 말했다. ◇원자바오 "G2는 잘못된 시각" 중국 정부의 'G2시대'에 대한 공식입장도 매우 신중하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최근 유럽 방문때 "다극화와 상호협력은 거대한 추세"라며 "세계 현안들이 중국과 미국, 이른바 G2국가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는 근거 없고 잘못된 시각"이라고 밝혔다. 위안화의 국제화의 과속에 대한 경계론도 일고 있다. 중국삼성경제연구원 거시팀의 류진허(劉金賀) 수석연구원은 "위안화가 기축통화 역할을 하게 되면 역외시장에서 위안화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국제 자본 유동성이 증가하고 국내 위안화에 대한 중앙은행의 통제력이 약화될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위안화에 대한 통제에 실패할 경우 거시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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