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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실망스러운 금리동결… 어정쩡한 정책조합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1일 2.7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금리동결은 6개월째 이어졌지만 이번 결정의 파장은 여느 때와 사뭇 다르다. 20조원에 가까운 추경 카드까지 동원할 정도로 위기국면으로 보는 정부의 경제인식과는 큰 괴리를 나타낸 결정이기 때문이다.

비록 총액대출한도를 12조원으로 3조원 늘렸다곤 하나 기준금리를 내려 경기부양책에 힘을 보탤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와는 배치되는 것이어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따로 돌아간다는 엇박자 논란을 피할 길이 없다. 그 책임을 한은에 뒤집어 씌울 수는 없지만 김중수 한은 총재가 재정ㆍ통화정책의 조화를 누차 강조했던 점을 돌이켜본다면 이번 동결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물론 한은의 통화정책 독립성은 마땅히 존중돼야 한다. 이번에 금리를 내렸더라면 정부와 정치권의 압력에 굴복해 한은 독립성을 저버렸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저간의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도 아니다. 하지만 경제실상만 놓고 보더라도 6개월째 금리동결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한은이 이번에 수정 전망한 경제성장률 2.6%나 2주 전 정부의 수정 전망치 2.3%나 저성장이기는 마찬가지다. 이 정도 회복세로는 일자리와 소득이 얼마나 늘어날지 의문이다. 북핵 리스크 같은 대외불안 요소도 새로 가세했다. 우리 경제가 숨 넘어가는 상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만큼 여유로운 환경도 아니다. 종전까지 특별히 강조하지 않았던 물가안정론을 느닷없이 들고 나온 것도 석연찮다. 금리동결 배경에 억지로 짜맞춘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도 든다.



언덕길을 올라가다 힘이 부치면 변속기어를 바꿔야 한다. 통화정책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지금이 기어를 바꿀 타이밍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은은 외부의 숱한 압력을 딛고 금리를 동결함으로써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지켰는지는 몰라도 소통부재로 인한 신뢰추락은 피할 길이 없다. 차제에 정부와 정치권도 한은을 흔들어서는 희망하는 결과를 되레 더 얻기 어렵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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