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우리의 미래를 망치고 있으며, 우리는 어떤 기회를 잡아야 하는가." 이 하나의 질문이 172인의 세계적인 석학들에게 주어졌다. 헤리 덴트, 폴 크루그먼, 조지 프리드먼, 폴 사포, 앨빈 토플러 등. 결론부터 얘기하면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전망은 냉혹하다. 1990년대 일본의 경기침체와 최근의 금융위기까지 예견한 바 있는 경제전문가 해리 덴트는 경제침체가 이미 나타났고 특히 2012년을 주시하라고 지적한다.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는 유럽 재정위기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곧 일본과 미국에도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예견했다. 현존하는 최고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더욱 거시적인 측면에서 지구가 200년 내에 멸망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하지만 책은 이 같은 미래 앞에서 우리를 무기력하게 만들려는 목적은 아니다. 저널리스트 출신인 저자들은 "책의 내용은 미래를 해석하기 위한 것이지 '예언'하는 것은 아니기에 믿지 않아도 되지만 몰라서는 안 되는 것들"임을 강조하면서 "밝은 면은 누리되 어두운 면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책은 ▦세계경제 ▦패권구도 ▦인류생존 ▦과학기술 ▦새로운 사회 ▦직업과 일 ▦환경 ▦우주 등 총 8개 키워드로 나뉘어 총 27개의 세부 장으로 구성돼 미래를 미리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과거적인 생각의 틀로 미래를 예측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인터넷이 소통의 주요 도구가 됐다는 점. 인터넷상의 정보들은 가상 공간을 형성했고 엘리트층이 전유했던 발언권이 대중의 손으로 넘어가 미래 세계의 '개방과 참여의 틀'을 마련했다. 과거 방식의 정보화(informationization)는 해체 과정에 있고, 디지털 홍수로 수천 년을 지켜왔던 전통도 흔들리고 있다. 저자는 이를 '기회자본시대'라고 칭하며 "고정효과, 네트워크 가상효과가 사회 경제를 뒤흔드는 이 때 '물건은 적을수록 귀하다'라는 사람들의 인상은 철저하게 바뀔 것"이라며 "가령 컴퓨터 수가 증가하면 컴퓨터의 가치도 증대되는데, 대량보급이 희소성보다 중요한 까닭은 핵심효과의 증대와 네트워크 효과 등의 요소에 바탕을 두기에 함께 누릴 수 있는 정도가 높은 물건일수록 가치가 높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의 복제생산비용이 0에 가까울수록 그 표준가치의 향상속도는 무한대에 가까워진다. 또한 네트워크를 통한 새로운 사회분업 사회를 바라보는 저자는 "완전한 경쟁의 잔혹한 실험실"이라고 얘기한다. 이익의 균등한 배분이 더욱 강조되는 세계임에도 '이익의 균등한 배분을 위한 공평한 경쟁'이 어떤 경우 매우 불공평할 수 있으며, 많은 이들이 무슨 일이든 자신의 힘만으로 완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직접 만나지 않는 여러 사람들의 협력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이상적인 생각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책 말미에 저자들이 도표 형식으로 종합 정리한 '세계미래편년사'는 마치 SF영화처럼 흥미롭다. 2020년 탄생할 양자컴퓨터는 인체의 바이오 에너지를 이용해 휴대가 간편해지고, 2025년에는 인류가 화성에 상륙하며 2045년에는 인류유전자개조기술로 DNA 디자인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한다. 2110년에는 인간과 기계결합 기술의 발전으로 나노로봇을 복용하거나 인체에 주입해 전자인간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고 2270년에는 기억의 이식, 2870년에는 기계를 이용한 인간의 '영생'이 실현되며 4200년 쯤에는 사유제도가 사라져 국가개념의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예측들이다. 1만9,000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