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A씨(37)는 지난 8월 유럽재정 위기 등으로 국내 주식시장이 급락하면서 큰 손실을 입었다. 이후에도 우리 증시의 변동폭이 지나치게 커 개별종목에 대한 직접 투자를 하는 게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외펀드에 가입하려 해도 대부분의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어 차라리 미국 등 상대적으로 변동폭이 적은 외국 증시에서 알짜 종목을 찾아 나섰다. 키움증권을 통해 해외주식을 거래하는 B씨(52)는 A씨와 다른 이유로 유럽지역의 주식 투자에 직접 나서고 있다. 그는 유럽 대부분의 증시가 그리스와 이탈리아 등 유로존 국가들의 디폴트 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처럼 상대적으로 싼 유럽 기업의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 안방에서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선진 증시는 물론 중국, 홍콩, 인도네시아 등 이머징 마켓의 주식을 직접 골라 매매하는 해외주식 직접 투자자가 급증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해외주식 투자에 나서는 이유는 코스피의 지나친 변동성에 따른 투자위험을 회피하면서 한국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알짜 주식들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키움증권의 한 관계자는 “전세계 주식시장 대비 국내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미미하다”며 “다양한 종목을 찾는 투자자들이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해외로 본격적으로 눈을 돌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1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9월말 현재 국내 거주자(법인ㆍ개인포함)의 주식ㆍ채권 등 해외증권 직접투자 금액은 92억달러였다. 연말까지는 사상 최고치였던 지난해 125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해외증권 투자금액은 지난 2008년 47억달러, 2009년 97억달러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리딩투자 증권 관계자는 “국내 증시는 오르고 내리는 변동성이 심하고 대외변수에 크게 좌우받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며 “자산배분 차원에서 직접 해외주식 투자를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고액 자산가들이 나름의 해외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입수로 해외 주식을 직접 투자해 왔다면, 최근에는 소액 투자자들의 참여가 두드러지고 있다. 소액 투자자들의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은 선발주자인 리딩투자증권과 해외 주식거래 중개에서 1,2위를 다툴 정도로 성장했다. 해외주식거래서비스는 국내에서는 리딩투자증권이 지난 2002년 처음 선보였다. 지역별로는 중국과 홍콩 등은 리딩투자증권이 앞서있고 미국은 신한금융과 키움이 선두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해외주식거래가 급증하면서 대형 증권사들도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베트남, 영국, 프랑스, 독일 등 14개 국가 해외 주식매매 수수료를 0.1~0.2포인트씩 인하했으며 33개국의 해외주식 매매 최소 투자한도(500만~1,000만원)을 폐지했다. 삼성증권은 이에 앞서 기존 5개국에서 영국, 독일, 캐나다, 인도네시아 등 총 23개국을 추가해 해외주식거래 대상 국가를 28개국으로 확대했다. 하나대투증권도 내년 3월께 해외주식 거래 서비스를 처음 선보일 예정이다. 키움증권은 오는 24일 해외주식 특별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고객 유치를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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