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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칼럼] '치명적 질환' 수막구균 뇌수막염 막으려면

강진한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1월의 어느 날 자정 무렵 중학생쯤 되는 남학생이 심한 감기증상으로 응급실에 실려왔다. 심한 근육통을 호소했고 몸 여기저기에 발진이 나타나 있었다. 검사를 해보니 수막구균 뇌수막염 진단이 나왔다. 의식을 잃었던 이 학생은 중환자실에 8일 정도 머무른 후 다행히 의식을 회복했다. 비교적 늦게 병원에 도착했지만 다행히 사지절단까지는 피할 수 있었다. 현재는 괴사된 왼쪽 팔, 다리에 피부 이식수술을 하고 재활치료 중이다.

수막구균으로 인해 뇌와 척수를 둘러싼 막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인 수막구균 뇌수막염은 초기증상이 감기나 몸살과 비슷하다.

이 때문에 감기로 오인해 방치했다가 발진 등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나면 뒤늦게 응급실로 오는 경우가 많다. 뇌수막염은 발생한 지 24~48시간 동안 증상이 급속히 악화돼 사지절단이나 뇌손상 등의 후유증을 남기는 치명적인 질환으로 치료시기를 놓치면 자칫 사망할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다.

국내에서는 2011년 뇌수막염으로 논산훈련소에서 훈련병이 사망한 사건 이후로 수막구균 뇌수막염 백신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군인들에게는 2012년부터 접종이 의무화됐다.

그렇지만 발병률이 높은 편은 아니어서 아직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백신접종이 많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수막구균 뇌수막염과 같이 발병률이 높지는 않지만 치명적인 질환인 경우 이를 예방하려면 비용과 확률의 문제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뇌수막염으로 고통 받는 환자를 보면서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예방백신을 선택할 때는 질환의 발병률과 함께 질환의 치명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전에 어릴 적 수막구균 뇌수막염으로 사지를 절단한 한 청년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그 청년은 '예방법이 있다고 누군가 알려줬더라면 자신의 삶이 이렇게 하루아침에 달라지진 않았을 텐데'라고 말했다. 그 이후 발병률이 낮으니 백신 접종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하는 것이 의사로서 매우 조심스러워졌다.

백신을 접종할 때는 당연히 비용 효율성을 따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백신접종 비용과 확률의 사이의 문제를 따져보고 선택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어떤 부분에 더 가중치를 두어야 할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수막구균 뇌수막염을 예로 들었지만 다른 예방백신들 역시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 만 1세 이하의 필수예방접종률은 94.7%로 높지만 그 외 선택접종에 대한 접종률은 현저히 낮은 편이다.

예방접종도 일종의 보험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건강할 때 챙겨야 하기 때문에 간과하기 쉽지만 의외로 우리의 생명을 보호해주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보험에 비하면 비용도 아주 저렴하다. 예방접종은 나와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는 아주 작은 실천이다. 이번주 말 아이를 데리고 가까운 병원에 가서 빠진 예방접종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하고 아이의 미래를 위한 작은 실천을 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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