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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로 여건 좋다" A등급 이하 기업들도 발행 잇달아




지난달 9일 자재 구매 및 용역 대금을 갚기 위해 1,900억원 규모의 5년 만기 회사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던 LG전자는 이달 22일에도 5년 만기 회사채를 추가로 발행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만기 3년이 넘는 회사채를 단 한번도 발행하지 않았고 자재 구매 대금 지급도 12월이어서 아직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지만 최근 장기 발행 금리가 4% 초반까지 떨어지면서 미리 자금을 확보해 둔 것이다. 최근 현대건설 인수합병(M&A)를 놓고 현대차그룹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현대그룹 계열사 현대상선도 최근 3년간 장기 회사채를 한번도 발행한 적이 없다가 22일 ‘선박리스료 등 운용자금 확보’라는 명목을 내세워 1,700억원 규모의 5년 만기물을 시장에 내놓았다. 예전 같으면 3년짜리 회사채로 만족하겠지만 시장 상황이 좋다 보니 5년물도 거뜬히 소화를 시킨 것이다. 기업의 자금조달 형태가 중ㆍ단기물 위주에서 5년 이상의 장기물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증시에서 보여주던 유동성 확산 효과가 채권시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시장 금리가 절대금리 수준까지 떨어지고 국고채 시장에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기관투자자들이 회사채 시장으로 몰리면서 기업들의 발행 여건이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상태까지 다다랐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도 잇달아 장기채 발행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시장 금리가 워낙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장기채 증가 흐름을 막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발행조건 최상’ AA 이상에서 A급으로 수요 확산= 하반기 이후 회사채 발행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현대상선, 무림페이퍼 등 신용등급 A급 수준의 장기채가 대거 등장했다는 점이다. 이전 같으면 신용등급 AA- 이하는 시장에서 발행하기조차 힘들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실제로 현대상선(신용등급 Aㆍ1,700억원), 무림페이퍼(A-ㆍ200억원), 엘에스전선(A+, 700억원) 등 과거에는 장기채 시장에서 볼 수 없었던 A등급 이하의 기업들이 속속 등장, 올 들어서만 1조750억원을 시장에서 조달했다. 2009년(3,600억원)에 비해서는 무려 3배, 2008년(5,850억원)보다는 2배나 많은 것이다. 특히 현대상선의 발행 수익률은 6.2%로 올 초 3년 만기채(7%)를 발행했을 때보다 더 낮았다. 이처럼 장기채 발행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시장금리가 연중 최저수준까지 떨어지는 등 발행 여건이 그 어느 때보다 좋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A-급 기준 회사채 금리는 올 초 5.56%까지 올라섰다가 이달 26일에는 4.05%까지 떨어지는 등 연중 최저치(4.01%)까지 근접한 상태다. 여기에 유동성이 풍부하다 보니 우량기업의 경우 회사채를 내놓기 무섭게 팔려나간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가장 적은 비용으로 장기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 형성된 셈이다. 한 대형 증권사의 채권딜러는 “금리가 더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기업들이 기회가 되는 대로 장기자금을 확보해 놓자는 심리에서 장기채 발행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라며 “시장금리가 절대금리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은행에서 담보나 보증 등 조건를 걸고 대출을 받는 것 보다 시장에서 무보증으로 조달하는 게 훨씬 더 이득이라는 생각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돈은 넘치는데’… 기관투자자 수익원 찾아 장기채로= 최근 저금리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돈을 굴릴 곳이 마땅찮은 점도 장기채 러시의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얼마 전까지만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은 온통 국고채였다. 안전하게 3% 중반대의 수익을 챙길 수 있는 가장 편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국고채 금리가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3% 초반대에 움직이는 상황에서 원하는 수익을 제대로 올리기가 힘들어졌다는 의미다. 더욱이 외국인과 기관이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국고채 사재기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물량 확보까지 힘들어진 상황이다. 우량기업 회사채의 경우도 3년 만기 금리가 3%대 중반에 불과하기 때문에 기대수익인 4%대의 수익률을 얻을 수 없게 됐다. 돈은 들어오는 데 이것을 제대로 굴릴 만한 투자처가 없는 것이다.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장기채로 눈을 돌리게 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또 다른 증권사 채권 딜러는 “연기금과 생명보험사 등은 매월 자금이 들어오기 때문에 꾸준히 매수에 나설 수 밖에 없는 대 당장 금리대가 맞는 상품이 없는 게 사실”이라며 “이러다 보니 4%라는 기대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5년 이상 장기채로 이동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리인상 해도 낮은 수준… 장기채 선호 지속될 듯= 따라서 전문가들은 앞으로 기준 금리가 인상된다 하더라도 금리의 절대적인 수준이 여전히 낮은 상황이어서 장기채에 대한 수요는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한 증권사 딜러는 “지금처럼 풍부한 유동성이 지속되고 금통위가 예상처럼 기준금리를 대폭 올리지 못하는 한 기관들의 장기채 수요가 수그러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기업들 역시 저비용 발행 구조에서 오는 선발행 효과를 누리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시장 금리가 더 이상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일부 우량 기업을 제외하고 장기채 발행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한 관계자는 “지금은 금리가 너무 낮아 생보사 자금들이 신용등급이 약간 낮은 곳이라도 찾아가고 있지만 안정을 추구하는 기관투자자의 속성상 이런 현상이 지속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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