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영미계 로펌이 법무법인 대륙아주·동인·충정·세창 등 전문성이 강한 중견·중소로펌을 중심으로 합병을 타진하고 있다.
정진규 법무법인 대륙아주 대표변호사는 "지난해 미국계와 영국계 로펌으로부터 각각 합병 제의를 받았다"며 "합병을 제안한 로펌의 경쟁력이 검증되지 않았고 합병 조건도 대등하지 않아 거절했다"고 밝혔다. 대륙아주는 변호사 수를 기준으로 국내 8~9위 규모이며 금융, 인수합병(M&A) 분야에 강한 로펌이다.
해상전문로펌인 세창의 김현 대표변호사도 "올 초 영국계 대형 로펌이 20개 해외사무소 중 하나로 들어오라고 제안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외국 로펌이 이른바 전략적 업무 제휴를 맺자는 제의도 갈수록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충정 관계자도 "영미계 로펌의 합병 제의가 갈수록 늘고 있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동인은 이미 중국계 로펌과 합병을 준비하고 있다. 변호사 수가 6,000명을 웃도는 다청-덴튼스이 합병 대상이며 브랜드와 홍보는 공동으로 하되 수익배분 등 회계는 별도로 운영하는 방식으로 합병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외국 로펌들이 제안하는 합병은 로펌 이름을 함께 쓰고 마케팅을 함께 하는 수준의 느슨한 형태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한국에 진출한 외국 로펌이 국내 로펌과 업무제휴 정도만 가능할 뿐 법인 지분까지 공유하는 인수합병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연합(EU)과는 2016년 7월, 미국과는 2017년 3월에 각각 시장이 완전개방되면 지분 인수를 통한 합병, 합작회사 설립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한국에 진출한 한 영국계 로펌은 "법률시장이 완전 개방되면 영미계 로펌 3~4곳 정도는 합작회사 설립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