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폭등 시기에 단행됐던 분양가상한제가 전면 시행 5년여 만에 여야 합의로 다시 폐지되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당장 시장 활성화를 끌어내지는 못하더라도 단기적으로 기대심리를 자극하는 시그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시장의 자율성을 회복시켜 분양시장에도 긍정적인 기운을 불어넣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토해양부 장관이 정하는 표준건축비에 택지비를 더해 민간 아파트의 분양가를 산정하는 분양가상한제가 국내에 처음 실시된 것은 중동 수출 특수 등의 영향으로 집값이 폭등했던 지난 1977년. 하지만 1980년을 전후해 부동산시장이 위축되자 정부는 1981년 6월 민간주택에 대한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한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해 부동산시장 과열 양상을 보이자 분양가상한제는 원가연동제라는 이름으로 부활했다가 1999년 분양가 전면 자율화 조치에 따라 사라졌다.
분양가상한제가 다시 부활한 것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이다. 폭등하는 집값의 원인 중 하나가 비싼 분양가라고 판단한 정부는 공공택지에서 분양되는 아파트에 대해 분양가상한제를 실시했고 2007년 9월 민간 택지까지 확대했다.
2008년 금융위기 후 부동산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분양가상한제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였다. 건설업계는 물론 정부 당국까지 나서 분양가상한제의 탄력운용을 제안했다.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할 경우 부동산시장이 다시 과열될 수 있다며 번번이 반대해온 야당이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이를 수용하면서 분양가 결정기능은 다시 시장으로 되돌아오게 됐다.
전문가들은 우선 분양가상한제 폐지가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함영진 부동산 114 리서치센터장은 "과거처럼 가격 폭등이라는 후유증을 낳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단기적으로 시장에 기대심리를 충족시키는 시그널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취득세 감면 조치 연장에 이은 추가적인 완화정책들이 우선 위축된 수요자들의 심리를 변화시켜 시장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자율성을 회복시켜 분양시장에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함 센터장은 "분양가상한제 폐지로 시장이 제 기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또 향후 주택 가격이 반등 기미를 보일 때 이를 견인해주는 마중물 역할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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