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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과잉공개 논란 부른 미국의 아시아나 조사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아시아나항공기 착륙사고를 조사 중인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의 행보가 논란에 휩싸였다. 세계 최대 조종사노조단체인 국제민간항공조종사협회(ALPA)는 "NTSB가 부분적인 데이터를 잘못된 방식으로 공개했다"며 정보 과잉전달의 부적절함을 지적했다. 우리 정부 역시 이례적으로 빠른 조사내용 발표에 당혹감을 나타내고 양국 동시 브리핑을 제안했다고 한다. 미국 측은 아무 문제도 없다고 말하지만 어딘지 개운하지 못한 뒷맛이 남는다.

2명의 꽃다운 목숨을 앗아가고 수많은 부상자를 낸 사고가 일어난 지 나흘밖에 안 지났다. 길게는 1년 이상 걸리는 조사기간을 감안할 때 걸음마조차 떼지 못한 셈이다. 조종사 진술이 계속되는 상태에서 엔진출력 자동조절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사고 당시 상황을 알려줄 블랙박스 분석과 관제조사는 이제 막 시작 단계다. 벌써부터 누구 잘못 운운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NTSB나 미국 언론이 조종사 실수를 강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위계적인 한국 문화가 원인일 수 있다는 주장에 이르러서는 책임을 한쪽으로 몰고 가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든다. 229명이 희생된 지난 1997년 대한항공 여객기 괌 추락 참사 때도 미국에서는 조종사 실책에 집중했지만 결론은 공항시설과 미국 항공당국의 관리부실 같은 문제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었다. 섣부른 예단은 혼란을 부추길 따름이다.



모든 사고의 원인과 책임소재를 찾는 것은 끔찍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책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조종사 실수의 개연성 외에도 자동착륙유도장치 등 공항 관제 시스템, 기체결함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밀한 조사가 이뤄져야 가능한 일이다. 고귀한 목숨을 다루는 데 쓸데없는 억측과 편견과 같은 것이 끼어들 여지는 전혀 없다. 지금은 양국이 객관적이고 철저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힘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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