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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산책] 소한 추위와 관성의 법칙


새해 벽두부터 강추위가 기승을 부려 옷깃을 잔뜩 여미게 한다. 아니나 다를까 5일은 작은 추위가 온다는 소한(小寒)이다. 매년 정월 5~7일 무렵에 드는 소한 절기는 1년 중 가장 추운 때이다. 정초 한파가 몰아치기 때문이다. 절기 이름으로 보면 정월 20일 무렵에 드는 대한(大寒) 절기에 더 큰 추위가 와야 하는데 실제 기후는 반대다. 그래서 사람들은 ‘소한의 얼음이 대한에 녹는다’거나 ‘춥지 않은 소한이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이 없다’고 할 정도로 대한 때가 소한보다 평균적으로 더 따뜻하다는 사실을 속담으로 전해왔다. 우리가 흔히 ‘대한이가 소한이네 집에 놀러 갔다가 얼어 죽었다’하는 말은 절기의 뒤바뀜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소한이 대한보다 더 추운 이유

이 같은 경험법칙으로 절기 자체가 잘못됐다고 탓을 하기도 한다. 정월 달 초순의 소한과 하순의 대한 절기가 서로 뒤바뀐 것은 절기법이 고대 중국의 황하 지역 기후에 맞춘 것이어서 우리나라에 건너오면서 우리 기후와는 맞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과연 그러한가.

가만히 들여다보면 시베리아 한랭기단이 좁은 한반도로만 선택해서 오는 것은 아닐 터. 중국 대륙 또한 예전부터 대한보다 소한 절기가 훨씬 춥다고 우리와 똑같이 난리다. 그러면 왜 소한 다음에 대한일까. 두 가지 측면으로 말할 만하다.

하나는 절기란 것을 음력으로 잘못 이해하는 데서 비롯된다. 우리의 전통 달력은 간략하게 음력이라 일컫지만 실상은 태음태양력의 줄임말이다. 그렇다면 태양력 요소가 담겨 있다는 뜻인데 그것이 바로 24절기 체제인 것이다. 서양의 태양력이 1년 중 태양의 위치를 역면(달력의 얼굴)으로 직접 표현한 반면 동양의 음력은 역면에다 달의 위치를 표현한 대가로 태양 요소인 절기를 얼굴 뒤로 숨겨놓은 정도다. 따라서 절기는 동양식 태양력이 된다. 절기의 절(節)은 시간의 마디란 의미로 태양이 움직이는 황경상의 절대 위치를 동지에서 시작해 15도씩 마디를 지우고서 1년 중 태양의 절후 변화를 알기 쉽도록 이름을 붙인 데에 기인한다. 이렇게 절기가 태양력의 소산이다 보니 태양의 황경상 위치에 따라 매달에 두 개씩 배당되는 1년 12월 24절기 체제(15도×24절기=360도)를 만들었던 것이다.



다른 하나는 사람에게 생각의 관성이 있어 갑자기 방향전환이 쉽지 않듯이 하늘의 날씨에도 관성이란 것이 있다. 1년 중 겨울철은 태양이 적도 이남 남회귀선으로 가장 멀리 물러난 때여서 북반구의 한반도 위도에는 추위가 찾아오는데 낮이 가장 짧은 동지 무렵은 태양 온기가 가장 적으니 이론상 가장 추워야 한다.

동지 후 보름간 축적된 한기 최절정

그렇지만 한기는 축적돼야 진가를 발휘한다. 냉장고 문을 열고 손을 넣었다고 바로 냉기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냉기가 스며드는 것도 같은 이치다. 동지 무렵부터 소한 절기까지 15일가량 한기가 축적되고 보면 추위의 절정이 찾아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소한은 최저기온을 이른 것이 아니라 이제 추위가 조금 축적됐다는 뜻이고 대한은 추위가 동지 이후 한달가량 많이 축적됐다는 말이 된다. 그와 동시에 대한 때는 이미 일양시생(一陽始生ㆍ음의 기운이 가장 큰 날로부터 양의 기운이 시작된다)한다는 동지로부터 태양이 점점 가까이 올라와 대지를 데운 지 한 달이 지난 시점이어서 더 따뜻해진다. 그래서 동지 무렵에 방향전환돼야 할 태양의 변화가 보름가량 소한 절기까지 되레 늦춰진 셈이니 기온의 관성 때문이라 볼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사람은 대소의 크기로 생각하려는 관성이 강해 자연의 변화를 헤아리지 못하고 서로 엇갈리는 관성의 충돌을 빚은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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