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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물쩍」 한보수사 꼬리무는 의혹들

◎94년 대출 「외압실세」 오리무중/1조원대 유출금·은닉재산 찾기 미흡/계열사 4곳외 여전히 정씨일가 소유「정태수씨 재산 살리기인가.」 19일 발표된 검찰의 한보수사 결과가 미봉으로 끝난 것은 한보그룹살리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지 않나 하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우선 한보철강 부도와 관련해서 의혹의 핵심은 5조7천억원에 달하는 금융기관 대출(제2금융권 및 회사채 등 포함)이 어떻게 이뤄질 수 있고 대출금 가운데 적어도 1조원 이상이 유출됐으며 그 유출자금은 과연 어디로 흘러갔나였다. 검찰은 정씨가 2천1백36억원을 유용했고 이 가운데 4백37억원을 유원건설(한보건설) 등 계열사의 인수(94년 이래 10개사)에 사용했다고 밝혀 차이가 엄청나다. 이 때문에 정씨의 은닉재산을 추적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인수한 계열사들은 유용액으로 인수한 만큼 몰수하든가 처분, 은행빚부터 갚아야 하는게 상식적 수순이다. 그러나 22개 계열사 가운데 부도가 나 법정관리를 신청한 한보철강, 상아제약, (주)한보, 한보에너지 등 4개사를 제외하고는 한보건설, 대성목재 등 나머지가 정씨 일가의 소유로 건재하다. 당국은 은닉재산찾기나 남은 계열사의 처분은 염두에 두지 않고 은행들로 하여금 추가지원을 강요하고 있다. 다음으로 한보철강 당진제철소의 당초 투자계획은 연산 3백만톤 규모의 전기로 및 미니밀 건설로 투자비용은 1조2천1백80억원 이었다. 그러나 한보철강은 지난 94년 8월 당진제철소 생산규모를 연산 6백만톤으로 늘리겠다며 B지구 4개 공장(코렉스, DRI공장, 제강 및 열연공장, 냉연공장)을 일제히 착공했다. 여기에 투자되는 비용은 한보측 계산에 따르면 무려 3조5천21억원으로 A지구의 3배 규모다. 그러므로 정씨가 94년 당시 3조원 이상의 자금을 거뜬히 조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배경은 이 과정에서 실질적 외압의 핵심실체가 개입하기 시작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추론을 낳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지금까지 이 부분에 대한 조사는 외면한 채 96년대출과 관련해 정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국회의원 및 장관, 은행장들만 구속하는데 그쳤다. 검찰이 재정경제원, 통상산업부, 은행감독원 등 행정부에 대해 전혀 혐의점을 발견키 어려웠다는 것도 대규모 증설이라는 정책 인허과정에 실세개입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 아니냐는 역설을 낳고 있다. 또 검찰이 정보근 한보그룹회장을 풀어준 대목은 한보살리기의 결정적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정치권에 대한 로비는 정태수씨가, 관계에 대한 로비는 정보근씨가 맡아왔다는 게 그와 접촉해온 관계의 정설이다. 실제로 정보근씨는 관계요로에 뇌물을 전달했으며 이를 거절한 공무원도 있는데다 한보부도가 결정된 지난 23일 전후에 고위급 관료들에게도 부도방지를 맹렬히 로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비자금 관리의 키를 쥐고 있던 것으로 알려진 정분순 자매의 수사가 일체 거론되지 않고 있어 비자금과 은닉재산이 얼마인지는 여전히 미궁이라는 게 야권의 지적이다. 이같은 의문투성이의 상황 때문에 일각에서는 배후실체에 대한 입막음을 조건으로 정보근 회장이 주축이 되어 이번 한보철강 부도사태의 영향을 받지 않은 한보건설(전 유원건설), 대성목재 등을 중심으로 한보그룹을 되살려주는 묵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퍼지고 있다.<이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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