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逆轉)의 경제학' 경제원론 교과서에 나오는 고전법칙이나 일반상식을 벗어난 경제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채권의 경우 잔존만기(duration)가 길면 기회비용이 고려돼 수익률이 더 높아야 하지만 이 같은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 또 가격변동성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를 포함한 소비자물가지수는 이들 항목을 제외한 근원(core) 물가지수보다 높은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같은 고정관념도 깨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규모가 작은 주택은 규모가 큰 집보다 가격이 낮아야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가격역전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모두 경제원칙과 법칙에 어긋나는 '역전의 경제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발행하는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은 지난 15일 기준 3.72%인 반면 한국은행의 통화안정증권 수익률은 3.83%로 국고채 3년물보다 수익률이 1.11%포인트 높은 상황이다.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은 지난 2월18일 3.94%를 나타내며 통안채 2년물 수익률 3.95%보다 낮아지더니 이후 5개월 동안 이 같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채권 수익률이 역전된 것. 국고채와 통안채는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는 채권인 만큼 잔존만기가 길면 당연히 수익률도 높아야 하는데 수익률이 역전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밑돌게 마련인 근원물가 상승률도 격차를 갈수록 줄여 내년에는 역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0년 연간 기준으로 근원물가 상승률(1.8%)은 소비자물가 상승률(2.9%)을 밑돌았고 올해 상반기에도 근원 인플레이션은 3.2%로 소비자물가 4.3% 상승을 하회했다. 그러나 한은은 올해 하반기 3.8%로 같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 상반기에는 근원 인플레이션이 3.8%를 기록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3.3%를 웃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택시장에서는 중소형과 중대형 집값의 역전현상이 금융시장보다 일찌감치 나타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잘 팔리지 않는 중대형 주택의 인기는 크게 떨어진 반면 실수요가 집중되는 중소형 주택은 오히려 품귀현상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소형과 중대형 주택 간의 3.3㎡당 매매가격 차이는 점차 좁혀지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집값 역전현상까지 나타났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