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달 기아자동차를 대량 매집하는 등 국내 증시 ‘큰 손’의 힘을 변함없이 발휘했다. 미래에셋이 사들인 종목 주가는 급등한 반면 매도 주식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기아차 지분 5.82%를 신규 매입했다고 밝혔다. 유한양행과 서울반도체의 지분율도 각각 1.23%, 0.85%씩 늘렸다. 반면 호텔신라ㆍ대한항공 지분은 대거 처분하며 지분율이 각각 2.37%, 2.94%씩 낮아졌다. 기아차의 지난 한 달간 주가 및 거래량 동향을 들여다 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했는지 알 수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4월11일 장내에서 기아차 주식을 무려 1,527만3,820주나 사들였다. 그 전까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기아차 주식 보유량은 불과 112만여주에 불과했다. 하루 만에 기존 보유량의 13배가 넘는 특정 종목 주식을 매수한 것. 평소 100~500만주 수준의 일일 거래량을 보였던 기아차는 이날 하루에만 거래량이 무려 3,012만주로 폭발했다. 공교롭게도 바로 이날부터 기아차 주가는 연일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1만1,000원 내외에 머물던 기아차 주가는 4월11일 미래에셋의 대량 매집일에만 무려 9.17% 올랐고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타며 2일 현재 1만3,200원으로 20여일 사이에 20% 가까이 올랐다. 같은 기간 같은 그룹사의 동일업종 회사인 현대차는 8만2,300원에서 8만5,900원으로 4% 상승하는 데 그쳤다. 기아차에 이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분을 두 번째로 많이 늘린 유한양행도 마찬가지다. 지난 1월9일 22만9,000원을 정점으로 3월 말까지 10만원대 후반에 머물렀던 유한양행은 4월 이후 22거래일 중 15거래일간 상승하며 한 달 새 주가가 18% 상승했다. 반면 대한항공은 정반대 케이스다. 지난 2월과 3월 각각 대한항공 지분을 8~9%씩 갖고 있다고 공시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달에 무려 2.94%나 처분했다. 세부 변동 내역을 보면 지난 3월부터 대한항공 본격 매도가 시작됐는데 3월 초 7만원대였던 대한항공 주가는 이후 4만원대까지 추락했다가 최근 5만4,800원까지 올라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업황 호조 및 시장여건 호조라고 볼 수도 있지만 동종업종 내에서 특정 종목의 주가만 오르는 건 분명 수급 상황이 뒤따른 것”이라며 “해당 종목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지만 보유공시는 어디까지나 한 달 전 상황인 만큼 개인들이 무작정 따라 하기에 나섰다간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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