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계 빚을 줄이고 합리적인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 활성화대책까지 만들었지만 오히려 체크카드가 가계대출 통로로 활용되면서 그 취지가 퇴색했다는 지적이다.
7일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마이너스통장 계좌에 연결된 체크카드 현황’자료에 따르면 2010년 말 체크카드 결제계좌로 쓰인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8조5,755억원에서 2014년 말 16조6,428억원으로 두 배 가량 불었다. 같은 기간 체크카드는 133만2,600장에서 204만1,600장으로 늘었다.
문제는 마이너스통장의 금리가 높다는 점이다. 지난 1분기 17개 시중은행의 마이너스 통장 평균금리는 연 5.26%로 대출금을 한꺼번에 받는 신용대출보다 이자가 0.5~1.0%포인트 가량 더 높았다. 게다가 대출금을 갚지 않을 시 이자가 복리로 계산된다. 은행별로는 전북은행의 평균금리가 7.66%로 가장 높았고, 씨티은행(7.39%),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SC·6.59%) 등 외국계 은행의 금리가 높았다.
그런데 은행이나 카드사들은 고객들에게 신용카드 결제계좌에 잔액이 없어 발생하는 연체이자율보다 마이너스통장 이자가 훨씬 싸다며 마이너스통장 연계를 부추기는 실정이다. 최근 일부 저축은행에서는 체크카드 연계 마이너스통장 상품을 출시해 적극 광고중이다. 이 마이너스통장의 금리는 14.9∼29.9%의 고금리다. 또, 일부 은행에서는 고객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체크카드 결제계좌에 마이너스통장을 연계하는 일도 있어 본인도 모르게 대출금을 쓰게 되는 피해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체크카드 사용 시 계좌잔액을 알려주는 알림메시지 이용률이 지난해 기준 38.7%에 그치는 등 저조한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알림메시지를 받지 않을시 계좌잔액이 부족해 통장이 마이너스로 전환됐는지, 대출금과 이자가 얼마나 불어났는지도 모른 채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체크카드 고객 중 알림메시지를 신청한 비율은 우리카드가 10.5%에 불과했고 씨티은행(11.8%), SC(13.5%), IBK기업은행(10.4%), 하나카드(28.2%) 등도 30%에 미치지 못했다. 신한, 삼성, 현대카드 등은 그나마 50%대를 넘었다.
신학용 의원은 “마이너스통장을 쓰기 위해 체크카드를 발급받은 사례가 포함됐다 하더라도 체크카드 연계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5년간 두 배로 늘어난 것은 가계부채 증가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금융당국은 체크카드의 취지를 살리고 가계부채 억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하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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